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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Jun 07. 2016

신뢰의 표현

퇴근을 준비하던 중에 새로운 업무가 생겨났다.


직장생활을 한 지 8년째지만 나는 아직도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언제 쉴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언제 퇴근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프로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쉬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니 한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분명히 나는 프로정신이 부족하다.

 

하지만 언제 열심히 일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하고 언제 다음 업무가 나에게 주어질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지만 이렇게 계획성 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관리"라는 단어 앞에 참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다시 퇴근 상황으로 돌아가서,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일은 참 많았다. 전화 한 통으로 순간 그렇게 많은 일을 받는 기분을 아는가? 아무튼 그래서 퇴근에 관심이 없는 선배 한 명이랑 나누기로 했다. 각자 한 구역씩 맡아서 일을 처리하고 쿨하게 각자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전화가 다시 울린다. 그 선배다. 나눠서 하기로 한 일에 대한 질문들이다. 답을 하고 끊었다. 자전거를 타고 300m쯤 갔을까.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일을 망쳐놓으셨다.



무엇인가를 맡긴다는 것은 신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맡긴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일을 주고 사사건건 체크한다는 것은 불신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신뢰하지 않는 대상에게 일을 준 내 잘못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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