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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Jun 02. 2016

그냥 해주고 말지 뭐

그냥 해주고 말자.


가끔씩 치고 들어오는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그냥 해주고 말자."라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만 생기면 이 팀 저 팀 안 가리고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친절하게 나눠 주시는 부장님은 어딜 가도 있는 것일까? 오늘도 갑자기 동원된 일에 불려 갔다 왔다. 몇 시간째 내 일은 쌓여만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참 덥고 갑갑했던 느낌이 있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그러다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기도 하고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기미가 보여 내 자리로 돌아와 밀린 일을 마무리했을 무렵 친구 놈이 그러는 것이다. "부른다고 다 가면 안돼. 그럼 너 일 없는 줄 알아. 그냥 못 간다고 한 번씩 말해야 바쁜 줄 알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그래야 하는 것일까.


다음날이 되었을 때, 그 말이 어쩌면 꼭 옳은 말은 아니라도 회사 생활을 하는 요령은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나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걸려온 전화. 우연히 통화 목록에서 내가 가장 위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나에게 전화가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친구 놈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냥 해주고 말자" vs "여보 오늘도 늦어?"


두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래? 그럼 그거 하면서 이 일도 좀 해라."라고 하며 다른 일이 나에게 넘어왔다. 두 번의 거절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거절을 잘 하는 것이 얼나마 어려운 일인지.



갑을 논쟁은 오늘도 여전히 인터넷에서 기사거리가 된다. 그리고 난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늘 나 자신을 을의 입장에 대입하곤 했다. 회사 생활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을의 입장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냥 해주고 말게 아니라 제대로 해주면 어떻게 될까? 나에게 떠넘기듯 시키는 일들을 제대로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호구 잡혀서 계속 불려 다니는 신세가 될까? 아니면 좋은 업무 파트너로 인정을 받게 될까? 고민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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