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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May 30. 2016

그 사람 어때?

소개팅을 대하는 나의 자세

"그 사람 어때?"


소개팅을 자주 하던 시절에 여러 가지 뜻을 담아 물어보곤 했었다. 진심으로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다기보다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어떤 부분이 나를 불편하게 할 것에 대한 나만의 방어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난 소개팅에 나가는 것 마저도 생략하고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을 더욱더 간소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을 다 종합해서 그 사람을 미리 그려서 머리 속에 저장한 다음 소개팅 자리에 나갔던 적이 있다. 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잘 몰랐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한 사람에 대해 한 문장, 혹은 몇 문장으로 설명을 듣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아웃라인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내가 누군가에 대한 인상을 미리 만들면 만들수록 그 사람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는데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 나는 이 사실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곁에 있는 누군가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분명한 착각이다.


상대방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어느 정도 모르는 부분을 일부러 남겨두는 것이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주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익숙하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배우고 살아온 우리는 조금이라도 덜 아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탐구하려 한다. 그래서 연인들 사이에서 밀당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리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에 대한 것들을 한 번에 다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그 어떤 것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을 알아감"이라는 것은 분명 긴 시간을 거름으로 줘야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를 알아갈 때는 선입견을 버리고 진득하게 알아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내 품에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저 언덕 너머로 던져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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