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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Jul 14. 2016

가사 까먹어도 돼

Blackout

살다 보면 눈앞이 캄캄하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는 때가 있다.


요즘 다시 힙합을 듣는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던 힙합들은 이제 old school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고전이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힙합을 다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연히 쇼미더머니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참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힙합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방송된 싸이퍼 미션을 보면서 여러 도전자들이 비트 위에 자신의 가사를 입히는 진지한 모습에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


아무리 익숙한 비트(주로 힙합을 많이 들은 사람들은 다 알만한 곡)를 깔아준다고 하더라도 경쟁자들 앞에서 자신이 연습한 가사나 혹은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가사를 랩으로 공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사람들만큼이나 기사 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바로 가사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다. 혼자 연습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서일까? 그들은 순간적으로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고 말한다.


수 천 번을 연습했던 가사인데 왜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한 래퍼가 경연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제는 가사 실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G2도 탈락 직전까지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반복했다. 그가 아마추어 래퍼라면 이해해 줄 수도 있지만 그는 엄연한 프로 래퍼다. 최근에 방영된 경연에서는 막강 우승후보인 씨잼도 가사를 잊어버리고 한 두 마디를 놓쳤다. 그는 스스로에게 무척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랩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요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쇼미더머니 시즌5 에서는 유독 가사 실수에 대한 부분이 부각되는 느낌이 든다. 가사 한 마디를 실수하면 순간적으로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고 곡의 흐름을 망칠 수도 있겠지만 곡 전체적인 flow가 엉망이라든지, 가사 한 마디도 틀리지 않고 완창을 해내더라도 랩 메이킹이 엉망이라면 그 역시 듣는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합격점수를 받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진정성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씨잼의 말처럼 랩은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자체로 멋있어야 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가사를 잊지 않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결승전에서는 실수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서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래퍼가 우승하길 살짝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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