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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May 05. 2016

가이드 투어는 필수코스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서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티칸 투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짧은 인생에서 다시는 발휘하지 못할 집중력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해낸 하루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그림과 조각과 건축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내 스스로 놀랐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가이드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정답을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자랑 함께 있으니까..) 제롬이요!"


바티칸미술관 입장 전 설명을 듣는 단체관광객

그만큼 바티칸시국이라는 공간이 특별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설명을 듣지 않고 봤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대부분의 그림과 조각들은 건너뛰고 바티칸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우리나라엔 '천지창조'라고 잘못 알려진..)만 보고 나왔을 것이다. 그림과 조각에 아무 관심이 없는 나도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로마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유명한 스폿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림과 조각과 건축물에 대한 얕지만 넓은 상식이 있어야 한다.




라파엘로가 그린 '변화산 사건'


가이드 투어라고 하면 커다란 버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투어는 지식을 전달하는 투어이다. 바티칸시국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미술품들을 설명하고 로마 제국의 역사를 설명하며 역대 교황들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편하게 버스에서 자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진 몇 장 찍고 쇼핑을 하거나 밥을 먹기만 하면 되는 그런 편한 것이 아니다. 지식 전달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하루 종일 설명을 하는 가이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강인한 허리 힘과 편안한 복장, 무엇보다 정신줄을 놓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


바티칸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퐈이아~'


이탈리아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런 지식투어를 받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필자는 여행 전반의 질을 좌우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에는 성당이 참 많다. 그리고 그 성당에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나 높게 솟은 첨탑이 전부가 아니다. 성당들이 보유하고 있는 예술품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여행의 맛이다. 그뿐이랴 유명 하디 유명하다는 로마 시내의 각 명소들은 모두 역사에 길이 남을 조각가들이 만들었다. 그들의 작품을 아무 이해 없이 보는 것은 코를 막고 와인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살아 있는' 조각품이다.


여러 가지 예술품들을 보고 나면 마지막으로 가게 되는 곳은 시스티나 성당과 성 베드로 성당이다. 이 둘은 아직도 미사가 드려지는 곳이고 천주교의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건물이다. 그 역사적 상징성과 건물 자체가 갖는 엄청난 규모에 감탄할 때쯤이면 슬슬 해가 지는 시각이 다가온다. 하루 종일 들었던 설명들의 역사적인 순서가 헷갈리기 시작하고 건축가의 이름과 화가의 이름이 섞이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점이다.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모습


투어 전날 저녁 6시에 로마 공항에 도착해서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기절한 다음 아침 7시부터 준비하고 조식을 대충 먹고는 가이드 투어 모임 장소로 갔다. 벌써 로마에 도착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맛있는 이탈리아의 음식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일단 젤라토를 먹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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