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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Dec 26. 2017

코인러

대학교에서 난 물리학을 전공했다. 모두가 알지만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물리학의 많은 과목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역학이다. 역학은 참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배웠던 역학도 그랬다. 단순한 계산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강의하는 교수님 덕분이었다. 물리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님들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면 실험을 주로 하는 교수님들과 이론을 주로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계신데, 역학을 가르쳤던 교수님은 실험물리를 연구하시는 분이셨다. 그는 "역학은 이 정도만 해도 된다."라는 말을 가끔 하셨다.


당시 우리나라 안에서 뿐 아니라 물리학계 전체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실험에 대한 업적을 이미 많이 갖고 계신 그 교수님의 최대 관심사는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였다. 수업시간 중에도 당구 치자는 사람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러 가자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전화로 연락을 했고 그 교수님은 그럴 때마다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쉬셨다. 인생을 굉장히 즐기면서 살아가는듯한 그 교수님께 들은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바로 "남들이 다 해본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너무나 번잡스럽고 발달된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무엇 하나 쉬워 보이는 것이 잘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어떤 것을 해도 내가 최초가 되기는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해봤던 것을 따라 하면서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은 한정적으로 느껴지고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서 조금이라도 빗나가 있다면, 그래서 멀리 돌아가야 하거나 혹은 방향이 잘못됐다면 어쩌나 하는 공포. 그 공포를 느낀다.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가상화폐 투자하는 사람들의 카페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글을 보며 그들과 소통하면서 보낸 지난 3일의 시간 동안 나는 예전 교수님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투자 성공의 전설들은 여기저기서 떠돌아다니고 그 덕에 나도 일확천금을 벌었다는 사람들 속에 끼여서 100% 200%의 수익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30% 40%라도 얻어내기 위해 뛰어들었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고민거리이다. 왜 그런 고민이 생길까?


물론 가상화폐 투자가 이미 남들이 다 해본 영역이냐? 레드오션이라는 뜻이냐?라는 질문을 누가 나에게 한다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시작은 이미 수년 전일지라도 아직은 주식시장처럼 많은 사람이 뛰어들고 전문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적으니까... 단편적으로는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블루오션에는 정보가 적고 위험성이 많다. 그 누구도 이 길로 곧장 가면 성공이 있습니다.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은 "이 코인을 사면 좋을까요?" 혹은 "언제쯤 가격이 오를까요?" 등 아무도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없는 종류의 질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확신도 없이 뛰어든 투자판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라는 오명을 벗기가 어렵다.


오늘도 수조 원의 돈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이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이미 많은 수익을 거둔 사람들은 그 수익으로 보다 현실적인 투자를 하며 대학시절의 그 교수님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다.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수많은 코인러들이여 냉정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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