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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Oct 13. 2019

2019년 10월 13일

피해자.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규정해버린 그 순간부터 

어쩌면 그녀는 프레임 놀이를 스스로 시작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녀에게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냐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어쩌면'그럴지도 모른다는 추가 의견을 붙일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어떤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가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반격할 수 있는 사회이다.

그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해자'들을 규정하며

가해자들에게 힘 있는 목소리를 전달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피해자에게 

이제껏 받은 피해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 돌아간다면,

그들이 빼앗긴 기회나 권리가 그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환영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런 흐름에 슬쩍 합승하려는 '무늬만' 피해자인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은 스스로가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단지 그들이 잘 아는 것은 이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관계에 있어서 가해자가 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며

또한 그것은 거꾸로 자신에게 권력이 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가 짜 놓은 프레임 안에서 

늘 피해자의 입장을 자처하며, 

그동안 자신이 빼앗겼던 권리를 이제야 찾은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그 권리를 마음껏 누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려 한다.


그것은 일종의 또 다른 의미에서의 폭력이며 권력남용이다.

그녀가 마음껏 누리는 피해자로서의 권리로 인해서 

누군가는 또 다른 종류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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