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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더독스 Mar 30. 2022

왜 그렇게 사냐고 물으신다면

창업가 DNA 리포트에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


창업가는 사업가형일까?




MBTI 16타입 중 약칭으로 '사업가형'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형은 ESTJ다. 그 약칭에는 '수완 좋은 활동가형'이라는 부연 설명이 따라 붙는다. 숫자 관리에 능하고 철저한 사실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딜을 유리하게 이끌 줄 아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인물 군상이 그려진다. 전통적인 사업가의 이미지다. 우리는 특정 유형의 성격 조합과 직업군이 가지는 심상을 연결짓곤 한다.


그렇다면 사업을 만들어가는 단계의 창업가는 어떨까. 창업이 다양해지고 활발해진 지금 역시 그런 모습일까?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위해선, 일원적 유형 분류 이상의 질문이 필요했다.



왜 '왜'를 묻는가?




한번쯤 N개의 회사에 동시로 입사지원서를 써본 사람이라면, 안그래도 막막한 자기소개서에 난감함의 화룡점정을 찍는 문항으로 지원동기를 들지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들이 듣고 싶은 말로 포장해야 하는 이 멀티 코딩의 과정에서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는, 너무 막막한 나머지 그들이 원할 것만 같은 바람직함을 전달하느라 정작 질문과는 다른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자기소개서 피드백의 40%가 '지원동기가 없음'으로 해당 문항 최하점 처리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부재를 갈음하는 것은 애먼 회사 찬양이나 갈 곳 잃은 자기 어필이 되기 십상이다. (참고: '지원동기의 함정'by 코멘토 https://brunch.co.kr/@comento/2)



사실 이런 동문서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속내야 간단하다. 진짜 지원동기가 없는 것, 조금 더 정확히는 지원동기라 할 만한 것이 그 지면에 풀어놓기엔 적절치 못한 것.



실로 내면의 뚜렷한 동기를 따라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눈 앞의 현실을 넘어서겠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함은 물론, 그 이후를 끊임없이 뒷받침해겠다는 의지를 앞서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용기, 결단, 의지. 이런 어마한 덕목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이런 자질을 갖춘 사람은 정해져 있는걸까.



창업가 DNA 리포트(참고: https://brunch.co.kr/@underdogs/169)를 통해 파악된 통계 자료를 보며 일종의 원더를 느꼈다. 금방이라도 나를 약속의 땅으로 안내할 것만 같은 번쩍이는 how-to 컨텐츠를 오픈한 뒤 막상 접하는 불렛 포인트 항목에서 느끼는 김빠짐,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에도 건조하기 마련인 여느 리포트의 정량적 수치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물은 "왜"에 대한 답을 필두로 했다. 쉬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냥 흩날릴것만 같은 가치 지향성이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실제를 확인할 때 느끼는 고양감이 있었다. 숫자로 대변되는 것들을 좇지 않는다는 응답이 숫자라는 굳건한 실체로 증명됨을 보며 발견하는 의외의 쾌감이기도 했다.



변화의 서막을 여는 사람들




적어도 이제 창업에서는 경제적 성과, 직업적 안정만이 동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포가 가능했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은 이후 수반될 수 있는 다소 지난한 여정을 돌파할 끈질김을 부여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리포트의 통계가 말하는 요즘 창업가는 앞서 말한 결단과 의지를 문제 해결에 대한 내재적 동기 기반으로 생성하는 사람들이었다. 



지원 동기가 명확한 입사자에게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신뢰 이상으로, 뚜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창업가가 스스로 업을 만들며 일궈낼 변화에 대한 필연의 기대가 싹텄다. 사회가 포괄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점점 촘촘하고 단단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주는 고무감도 함께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견인하는 창업가들은 특별히 정해진 누군가가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포착한 문제에서 시작해 불확실성 너머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제 힘으로 공과금을 납부하기 시작한 이후의 삶이란, 현실적 책임 수행이라는 기본값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의 농도로 그 고유성을 부여받기 마련이다. 한동안 여기저기 적용된 '찐' 무언가에 대한 팬덤은 그 쉽지 않은 농밀함을 진득히 축적해온 위대함을 인정하는 일종의 공감대였을 터이다.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품고 무엇을, 어떻게로 연결해가며 현실의 도전에 끈질기게 대항하는 창업가들은 주체적으로 삶의 농도를 높여 '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낸 성과 이전에, 그런 그들의 다채로운 모습 자체를 응원하고 싶었다. 



'나이브한데 모났다'는 익명의 비아냥에 제 발 저린 적이 있는 자라면, 그럼에도 그 나이브함과 모남이 동시에 포착하는 수많은 가능성과 문제점에 예각으로 파고들며 내적 갈등을 떨칠 수 없는 자라면, 소셜 임팩트 창업 씬에서 그 독보적인 조합이 견인하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원문: 언더독스 바이브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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