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알럼나이 인터뷰 비하인드 소셜 벤처의 '성장', 그 절대적 의미
의미와 가치를 좇는 사람들로 가득한 소셜 벤처 스타트업에서도 그 진정성의 농도는 다양하다. '소셜 임팩트는 별책부록'형이 있는가하면, 소셜 임팩트 창출이 미션부터 BM, 성과지표까지 일관되게 드러나 그 조직을 관통하는 메인 테마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조직도 있다.
풍진 세상, 진정성의 추종자답게 후자에 끌렸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눈에 띈 팀인 '내이루리'를 만나보기로 했다. 내이루리는 '옹고잉'이라는 시니어가 배달원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소셜벤쳐다.
'시장이 충분히 큰가' 대신 '충분히 소외된 시장인가'를 시장 선택 기준으로 삼은 것부터 울림이 있었다. 거기에 창업 전에도 소셜 임팩트 창출 활동을 꾸준히 해온 구성원들의 백그라운드와 고용 시니어 수, 지불 시니어 임금 등의 똑 떨어지는 KPI가 더해져 진한 농도를 풍겼다.
소프트 인터뷰를 약속하고 화상 회의를 열였다. 화면 너머에는 정현강 대표를 비롯 두 명의 코파운더가 단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내었을 터였다. 일단 미리 준비한 대로 진정성과 노인 일자리 창출 동기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아무도 나서지 않는 심각한 문제에 적임자가 아님에도 해결을 위해 나선' 슈바이처에 대한 개인적 동경이 있었다는 대답을 이어가다 잠시 지친 듯 말을 끊었다. 뭔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나는 당혹감을 감춘 채 서둘러 사업적 이야기가 나올만한 질문으로 간주 점프하듯 넘어갔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는 다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비지니스를 도구로 삼은 조직이 사회적 기업이라면, 소셜벤처는 동일한 미션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장 지향이 강한, 말그대로 벤처 기업이다. 내이루리는 대표의 개인적 미션에 대한 강한 동기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에 가깝게 시작했지만, 팀원 이탈과 사업 존폐 위기를 거치며 소셜 벤처로 거듭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벤처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한 그가 "미션은 결코 당신의 팀원을 끝까지 묶어두지 않는다", "창업은 결국 실력으로 승부하는 판이다",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임을 명심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힘주어 말할때는 forte로 가득한 악보를 보는 듯 했다. 이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자기 파괴의 과정이 있었음을 회상하는 대목에선 한층 더 격렬했을 그의 내면 갈등이 비추어 보이는 듯 했다.
정 대표는 사업 초기 언더독스 코치님이 "너희는 소셜 벤처다. 빠른 성장과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을때 당시엔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고객인 점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배송원을 확충해야 할때도, 정 대표는 노인 고용 확대라는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시니어 배송원을 100%로 구성하려 했으나 코치님은 시니어 배송원 비중을 낮추더라도 서비스 생존을 우선해야한다고 했다. 당시 그에게는 서비스 존재의 이유를 훼손하는 듯한 주문이었을 것이다.
기존 실시간 도보배달 서비스에서 정기 차량배송으로 피보팅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논리가 작용했다. 사실 차량 정기배송 진입은 시장의 요구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가 그리던 문제해결의 모습과 합치되지 않았기에 유보하던 결정이었다고 한다. 결국 더딘 성장과 지향점 불일치로 함께하던 팀원이 모두 떠나고 위기를 거친 이후, 과감한 피보팅을 실행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미 시작 첫 달부터 이전 매출의 10배를 기록한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생애주기 상 신생아에서 유아기 어디쯤에 있는 존재일 것이다. 이 시기의 작은 생명체에게 쏟아지는 모든 돌봄의 초점은 안정적 생존 유지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전인적 인성 교육을 예비하고 있더라도, 이 시기의 양육은 일단 기본적 안전과 생명 유지를 위한 지극히 사사로운 노력들로 채워져야 하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유기체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생존 유지를 뒷받침할 환경적 요건이 열악하던 시절 백일잔치, 돌잔치가 그간 무사히 살아남았음을 축하하는 취지로 생겨났다는 것을 돌아본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계의 존재에게 생존 자체가 얼마나 녹록치 않은 목표이며 필수 지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사회 문제 해결에 동기로 탄생한 소셜 벤처 스타트업에게, 가치냐 생존이냐의 문제는 간혹 상호 대립의 양상으로 다가와 존재의 이유를 위협하는 잔인한 양자택일의 시험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여기서 생존을 택하지 않으면 가치 추구의 기회조차 잃게 된다. 반면 '무엇이 이 조직을 살아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직의 미션만큼 명확하고 진정성있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내이루리는 강한 성장 지향성을 가진 헌신도 높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있을 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가치 공감도도 높다. 빠른 성장을 위해 고객에게 집착이라 할만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개발, 운영 모든 면에서 끊임없는 복기로 높은 업무 기준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 모든 집중이 종국에 향하는 곳은 다시금 애초의 미션으로 귀결된다. 1500명의 시니어를 고용해 국내에서 시니어를 가장 많이 고용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인분들의 사회 참여를 증대하고 그분들의 시간 활용에 가장 가치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다.
가치를 뜻하는 Vaule라는 단어는 '용감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Valere에서 파생되었다. 이 단어가 사람에게 사용되면 '건강하다', '생명력이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사물에는 '생명을 지탱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결국 고대 사람들에게 가치란 '생명'과 직결된 것이며, 가치의 기준은 생명을 살리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은 곧 가치이다. 스타트업의 생존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속할 수 있는 형태, 즉 살아있을 수 있는 형태에서 가치가 시작된다.
언더독스는 국내외 혁신 창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창업 전반을 지원하는 창업전문 교육기관입니다. 2015년 설립된 후, 전현직 창업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실전형 창업교육 콘텐츠를 바탕으로 약 1만여명 혁신 창업가들을 배출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기관∙기업과 함께 실제 창업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 및 코칭을 제공하고, <사관학교>, <언더우먼> 등 자체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언더독스와 함께한 1,352개 창업팀 중 82개 팀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었고, 예비 사회적기업은 39개, 5개 창업팀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언더독스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26개 도시 44개 파트너와 협력하며 글로벌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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