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이유와 잘 될 이유
당신이 창업가라면, 다음 중 어느 지역에 창업하는 것이 좋을까?
1. 창업가의 과반 이상이 선택한 서울 및 수도권
2. 창업가가 거의 선택하지 않은 강원, 제주
도표만 보면 가장 두드러지게 우세한 숫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소거하여 의미를 추출하려는 습성이 있는 내게는, 1번만이 유의미한 선택지로 보였다. 불멸의 스타벅스 입지 선정 전략만 보아도, 공간 밀집도와 시장성은 명백한 양의 상관 관계를 가지지 않던가. 그리고 사실 이 지역별 분포도는 제목에서 '창업'을 떼어놓더라도 굉장히 익숙하게 편중된 숫자 구성을 보이기에, 그닥 시사하는 바가 없는 설문 문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창업 경험이 있는 내 동료는 (역시 너무 당연하다는듯) 가장 적은 창업가들이 포진된 강원, 제주 지역을 지목했다. 사회적 인프라도, 진출한 창업가들도 가장 적은 만큼, 발전 필요성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 이것이 창업가와 비창업가의 본질적인 차이인가.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전혀 상반된 시각이 사고의 환기를 불러왔다. 두 시각은 각각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훨씬 신선했다.
대부분의 창업가가 '충분히 큰 시장', 혹은 '더 넓은 시장'에서 창업하는 것을 높은 승률을 위한 기본값으로 여길 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있다. 지역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에서 출발한 지역 기반 사업들이 그렇다. 전자의 시각에서 이런 접근은 다분히 지엽적이고 위험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자의 접근 방식으로 한 지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장악하게 되면 이를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 시 확실한 모멘텀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역 서비스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대표 플랫폼 당근마켓도 시작은 '판교마켓'이었다. 판교 직장인들이 회사 근처에서 자주 중고 거래를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시작한 지역 기반 사업에서 출발하여, 전국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런 당근마켓을 경쟁자로 지목하는 O2O(offline to online) 광고 플랫폼이 있다. 당근마켓이 지역 중고거래로 보유한 고객을 기반으로 온라인 지역 광고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면, 오프라인 지역 광고가 필요할 때 지역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서비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로컬 기반 광고 플랫폼 '오늘의이야기'가 그것이다. 당근마켓의 주 수입원 역시 지역 광고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둘은 최종 비지니스 모델 상 유사성을 가진다.
'오늘의이야기' 김남준 대표는 지역의 문화기획사 출신으로, 지역 전시와 공연을 기획한 후 최종 홍보 단계에서 지역 광고 수단의 한계를 직면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전단지, 현수막, 버스 랩핑 광고 등으로 한정된 지역 광고 수단과, 그마저도 유통구조 상의 가격 거품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기존 지역 광고 시장은 그가 풀어야 할 문제이자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그는 지역 곳곳에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하고 여기에 소상공인들이 손쉽게 지역 홍보 컨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공간과 광고를 잇기 시작했다.
윤민창의투자재단, 소풍벤처스로부터 연이어 굵직한 투자 유치를 받으며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그에게 로컬 창업가로서 만들고 있는 가치와 로컬 비지니스에 대한 정의를 묻자, 짧고 명확한 대답이 돌아왔다.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
사실 다수의 '없던 시장'의 기저에는 일종의 순환 논리가 심어져 있다. 애초에 수요가 적어 외면받는 시장이고, 이런 외면이 누적되어 그 시장 가치가 더욱 줄어드는 식이다. 마치 '회사에 들어가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경력을 쌓으려면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같은, 출구 없는 회로와도 같다.
로컬 비지니스는 이 순환회로에 작은 균열을 내어 지역의 자생을 촉진한다. 이런 외부경제 효과 덕에 로컬 크리에이터가 사회적 조명을 받으며 역할론적으로 규정되는 경향도 있으나, 오히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들의 창업가적 관점이다. '없던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을 만들고, '시장이 없던' 이유를 소거해 나가는 것. 다른 모든 창업이 그렇겠지만, 로컬 비지니스의 경우는 특히, 새로운 길을 내는 창업가의 가치 추구가 극대화된다.
로컬은 기회이며, 새로운 것을 선보여 독점 가능한 시장이 여전히 많다고 말하는 김남준 대표의 대답에서, 창업 지역 선택을 두고 정 반대 시각을 보인 동료에게서 느꼈던 발상의 환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의 손길이 가장 닿지 않은 곳으로 가 나만의 시각으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 '블루오션'이라는 용어는 이미 해묵은 것이 된지 오래지만, 막상 블루오션의 가치를 발견하는 창업가는 여전히 희소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이 희소성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창업가라는 점에서 무한 확장을 기대하게 하는 독보적 존재들이다. 이 발견으로, 나는 작은 다짐을 했다. 만일 언젠가 내가 창업가의 길을 가겠노라 마음먹는다면, 무엇보다 먼저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언더독스는 국내외 혁신 창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창업 전반을 지원하는 창업전문 교육기관입니다. 2015년 설립된 후, 전현직 창업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실전형 창업교육 콘텐츠를 바탕으로 약 1만여명 혁신 창업가들을 배출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기관∙기업과 함께 실제 창업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 및 코칭을 제공하고, <사관학교>, <언더우먼> 등 자체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언더독스와 함께한 1,352개 창업팀 중 82개 팀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었고, 예비 사회적기업은 39개, 5개 창업팀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언더독스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26개 도시 44개 파트너와 협력하며 글로벌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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