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묻는 거에요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와,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taker)' 중 누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29세에 와튼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가 된 애덤 그랜트 교수는 수많은 사례와 실증을 통해 베푸는 삶의 성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사례 중 하나는 기버와 테이커의 영업 실적 분포이다. 그랜트 교수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적이 나쁜 영업 사원들의 '기버 지수'는 실적이 평균인 영업 사원들보다 25% 더 높았는데, 실적이 좋은 영업 사원들의 기버 지수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최고 영업 사원은 기버였으며, 테이커보다 50% 높은 실적을 올렸다.
경쟁 체제 하의 성공에 있어 테이커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맨 위에 있다는 것은 사뭇 놀랍다. 그랜트 교수는 이 결과를 조직에 연장시켜, 인재와 성과를 평가하는 척도로 누군가가 타인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타인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중있게 고려할 것을 권한다.
그런데 기여와 영향력이라는 미덕은 실제 창업씬에서도 적용되는 가치일까?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을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영감은 순간적이나마 전염성이 있어서, 같은 태도로 세상을 대하려는 동기가 일깨워지곤 한다. 창업가들을 만나다보면 주로 열정, 투지, 개성과 같이 단단한 물성을 연상시키는 미덕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에너지를 통해 나는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선 사람이 느낄 법한 긴장감으로 스스로를 북돋곤 한다.
이번은 사뭇 달랐다. 놀라움과 감동의 저변에 있는 것은 압도적인 각성이라기보다 공명에 가까웠다. 공명의 순간을 마주할 기회란 희소하기 마련이다. 유혈이 낭자할 법한 창업 씬에서 조우한 이 뜻밖의 공명은 제법 오랜 여운을 남겼다.
제주 로컬 브랜드 '오두제' CEO이자 언더독스 코치인 정지솔님은 본래 사진가였다. 그는 제주도의 자연이 만든 문화와 이에 조화되어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모습에 강한 이끌림을 느껴 제주로 이주한 후,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만큼 직관을 따르는 면이 강하고 진심인 것에만 진정 진심인, 예술가적 기질이 농후한 분이기도 하다.
두시간 남짓, 로컬 창업에서부터 코치 활동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막론하고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한 키워드는 '공유'였다. 누군가는 형식적인 포장지에 불과하다 치부할 수도 있을 그 단어가, 그가 선택해온 길을 통해, 이어가는 행보를 통해, 그리고 꾸밈없고 진중한 태도를 통해 진심으로 그를 관통하는 가치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로컬'이 여러 지원의 수혜를 받는 창업의 새로운 니치 세그먼트로 부상하면서, 테이커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창업가들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혹자에 의하면, 실제 로컬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 봤을때 99%는 스스로 로컬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업을 할 뿐, 지역에 대한 대의명분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답을 했다고도 한다.
이런 시선이 침투할 틈도 없이, 그는 단호히 그 1%가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지역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름을 빌린 만큼 지역에 본인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지역과 사이좋게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바다 휴양지와 즐길거리 중심의,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주도가 아닌, 도민 관점에서의 진정한 제주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시장성, 상품성만 따진다면 택하기 어려운 접근법이다.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의 이야기를 담은 '머들북'은 국내보다 해외 고객의 반응이 꾸준하고, 연내 해외 진출도 준비중이다.)
언더독스 코치가 된 계기에도 '공유' 지향의 동기가 작용했다. 예비창업가였던 당시 본인의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템과 예술가적 기질이 사업적 관점과 충돌되진 않을지 확신이 없던 그에게, 코치님의 진심어린 응원과 긍정적 전망이 무엇보다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이 받은 것을 제주의 후배 창업가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련의 이야기 흐름에서, '공유'란 그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어임이 느껴졌다. 지역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실린 단순하고 담백한 진심이, 구지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그저 자연스럽게 뭍어나는 그의 '기버'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애덤 그랜트는 기버와 테이커를 나누는 것은 외형상 드러나는 성격적 특성이 아닌 내적 동기이기에 분간이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그를 움직이는 힘은 너무나 잔잔하게도 명백했다.
창업 씬에서 무언가를 내어주고자 하는 마음,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는 마음에 대해 논하기란 어딘지 분별없이 나이브해보일지 몰라도, 그런 존재가 실재함을, 그리고 건재함을 확인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귀했다. 무위의 기버로서 그가 만들어갈 영향력이 그랜트 교수의 실증에 준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래본다.
언더독스는 국내외 혁신 창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창업 전반을 지원하는 창업전문 교육기관입니다. 2015년 설립된 후, 전현직 창업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실전형 창업교육 콘텐츠를 바탕으로 약 1만여명 혁신 창업가들을 배출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기관∙기업과 함께 실제 창업에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 및 코칭을 제공하고, <사관학교>, <언더우먼> 등 자체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언더독스와 함께한 1,352개 창업팀 중 82개 팀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었고, 예비 사회적기업은 39개, 5개 창업팀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언더독스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26개 도시 44개 파트너와 협력하며 글로벌 사회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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