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메뉴를 고르는 이유
그 분식집은
학교와 주택 사이,
가장 애매한 골목에 있었다.
낡은 간판,
유리문에 붙은 메뉴판,
그리고 늘 켜져 있는 형광등 하나.
그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들어왔다.
문을 열며 고개를 한 번 숙이고,
자리도 고르지 않았다.
늘 창가 옆,
벽에 등을 기대는 자리였다.
주문은 늘 같았다.
“떡볶이 하나요.”
아주머니는 묻지 않았다.
맵기는 그대로인지,
어묵은 넣을지 말지.
그는 고개만 끄덕였고,
그걸로 충분했다.
떡볶이가 나오기까지
그는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수저통을 한 번 정리하고,
물컵의 물을 반쯤 비웠다.
그 사이,
분식집의 시간은
그의 속도에 맞춰 흘렀다.
아주머니는 말했다.
“저 사람은 메뉴가 바뀌면 아예 안 와요.”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그가 떠난 자리엔
접시의 온기만 남았다.
설거지를 하던 아주머니는
그 자리를 한 번 더 닦고,
다음 손님을 불렀다.
그날도 그는
아무 말 없이 계산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종이 울렸다.
항상 같은 소리로.
그 분식집엔
오늘도 그 자리가 비어 있다.
하지만 비어 있다는 이유로
쓸쓸해 보이진 않았다.
우리는 가끔,
사람보다 먼저
사람의 자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어떤 단골은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자신을 남기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