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른다는 것의 모양
밤이 되면
그 골목엔 불이 하나 켜졌다.
가로등 아래,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것이 있었다.
그림자였다.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섰다.
휴대전화는 보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저
불빛이 땅에 닿는 지점을
조용히 밟고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고,
기다림은 늘 비슷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그림자는 매번 달랐다.
어떤 날은 길었고,
어떤 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한 대 지나가고,
신호가 바뀌고,
골목이 잠시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동안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물었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아직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엇이, 혹은 누가
오지 않았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림자는
불빛이 사라질 때까지 남아 있었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조금 더 머물렀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기다린다기보다
기다리던 나 자신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온다.
가로등 아래 서 있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아직 돌아가지 못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