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에게 지칠 때

지켜야 할 마음에 대하여

가장 먼저 떠올렸던 사람에게

가장 늦게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엔 그랬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래도 너는 내 편이잖아’라는 믿음이 있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거라는 막연한 신뢰.


그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말보다 자신의 해석을 우선했고,

내 마음보다 본인의 감정을 더 앞세웠다.


싸우고 나서도,

풀리지 않는 마음은 늘 나의 몫이었다.


서운함을 말하면

“또 왜 그래”라고 했고,


참고 넘기면

“요즘 넌 왜 이렇게 무덤덤해?”라며 서운해했다.


결국 어느 쪽에서도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나는 점점 내 안에 조용히 웅크리게 되었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가장 날카로운 말들을 들을 때,

마치 내가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다뤄질 때,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자꾸 흔들린다.


나는 여전히 당신의 편인데,

당신은 가끔 나의 편이 아닌 것만 같아진다.

그게 가장 지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이 되어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스스로가 조금은 서글퍼진다.


우리는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아진다.


배려는 줄어들고, 표현은 무뎌지고,

사랑이라는 말도 잘 꺼내지 않게 된다.


그런데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도 어떤 ‘전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본 영화,

데니스 듀간, 카일 뉴어첵 감독님의

<해피 길모어 1, 2>는 그런 생각을 더 분명하게 해주었다.


1편은 1996년도 작품으로 미국의 스포츠 코미디를 담은

다소 엉뚱하고 거친 유머가 돋보이는 B급 감성이었고,


2편은 2025년도 작품으로 속편작이고

그 위에 조금 더 균형을 얹은 듯한, 완성도를 향한 진화처럼 느껴졌다.


1편이 자유롭고 충동적인 감정의 분출이었다면,

2편은 그 감정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이어갈지를 고민하는 과정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편에서 던져진 질문이었다.

“골프의 전통을 없앨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


전통을 없애는 일은 파격적이다.

신선하고 재밌다.


하지만 전통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쌓여 있는 수많은 ‘의미’와 ‘태도’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삶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방식,

새로운 감정,

새로운 사람을 갈망한다.


새로운 방식은 때로 신선하고,

편리하고, 흥미롭다.

익숙함에 지쳐, 낡은 패턴을 바꾸고 싶어진다.


그건 나쁘지 않다.

변화는 필요하니까.


하지만 전통을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안에는 시간의 결이 묻어 있고, 관계의 품이 담겨 있다.


어떤 감정은 오래도록 지켜내야만 깊어지고,

어떤 관계는 변화를 견디며 비로소 단단해진다.


그건 마치 골프에서 ‘폼’과 ‘예절’을 지키는 것처럼.

한없이 느리고 답답해 보여도,

그 속에 담긴 존중과 배려의 방식이 결국 플레이의 품격을 만든다.


사랑도 비슷하다.


눈에 띄는 자극보다,

보이지 않는 예의를 오래 지키는 일이

결국 그 관계의 결을 만든다.


전통을 유지하는 건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

삶에서든 사랑에서든.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건

그 변화 안에서도 지켜야 할 전통이 있다는 걸

조용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랑도 그렇다.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익숙함이라는 이유로 무너진 말들 위에

다시 조심스럽게 마음을 얹고, 붙잡아야 할 것들이 있다.


사랑을 지키는 건 감정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건 일종의 훈련이고, 책임이며, 선택이다.

변화 속에서도 꺼내 들고, 붙들고, 함께 견뎌야 하는 것.


전통을 없애는 건 쉽지만,

그걸 지키는 일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사랑도 전통처럼 지켜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시대가 바뀌고, 방식은 달라져도

지켜야 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다.


무너진 대화, 서운했던 시간, 불완전한 감정들 위에

다시 천천히 돌아가 마음을 다듬고, 붙잡아야 하는 이유.


전통을 없애는 건 쉽다.

그러나 그걸 지키는 일은 다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변화 속에서도 꺼내 들고, 붙들고, 함께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끝내 사랑을 지키는 사람은,

말보다 마음을 먼저 내미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사랑은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지키지 않아서 잃는 걸까?"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을 지켜내고 있나요?"



#내편이라는믿음#사랑을지킨다는것 #관계의결

#변화와전통 #마음을지켜내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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