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했던 말,쌓여 있던 표정

조용한 마음 아래,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날들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말은 때로 너무 가볍고,

때로 너무 늦게 왔다.


정말 미안한 사람이 하는 말은,
표정에서 먼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런 표정이 없었다.


나는 말 대신, 얼굴을 자주 읽었다.
가라앉은 눈빛, 오래 쉬지 못한 표정,
그리고 언뜻 보이는 짜증과 외면.

그러다 결국, 그가 꺼낸 말은 늘 같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 말 앞에서 나는 자꾸만 멈췄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무 말도 못했다.
말하면 끝날까봐.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까봐.


그는 자주 화를 냈고, 그보다 자주 풀렸다.
혼자 성내고, 혼자 풀리는 사람 앞에서
나는 늘 감정을 조심스레 접었다.


접고 또 접다 보면,

나중엔 펼치기도 어려워진다.
감정도, 종이처럼 접힌 자국이 남아서.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날엔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나를 화내줬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면, 그가 더 분노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나는 되지만, 남이 너한테 그러는 건 못 봐.”

그런 말을 들으면 순간 마음이 풀린다.
그러다 또 생각한다.
“그럼, 나는 왜 안 되는 건데?”


사랑은 매일을 다르게 만든다.
좋았다가 불안하고, 웃었다가 무너진다.


그래도 계속 함께 있는 건
그가 결국 나를 지키려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설퍼도, 서툴러도.

나는 아직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말하지 못했던 말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쌓인다.


쌓인 말은 표정이 되고,
표정은, 결국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친구 사이에서도, 부모님과도,
직장에서, 때로는 자식에게도
말을 삼키고, 눈치를 보고, 감정을 접는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내 마음이 가벼워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러다 결국,
표정에 다 담긴 말들만 남는다.


우리는 언제쯤,

마음 대신 표정으로 말하는 걸 멈출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마음들을, 다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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