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과 바람 사이의 온기
저녁 무렵,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두 개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 목소리는
걱정으로 떨렸고,
다른 하나는
고단함으로 잠겨 있었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있었다.
젊은 날엔
가족의 무게를 짊어지고
매일같이 먼 도시로
향하던 사람
지금은
허리의 통증을 달고,
여전히 일을 놓지 못하는 손으로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
그 한마디는
단순한 피로의 고백이 아니라
지쳐가는 삶의
마지막 신호 같았다.
그러나 그의 곁엔 아직
기댈 수 없는 자식들과
의지해야만 하는 아내가 있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야지.”
하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버틴다는 건,
그만큼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또 한편에는
병상에 누운 자매의 이름이 있었다.
재발한 병이
몸을 파고들고,
남은 시간조차
헤아리기 어려운
그 자매의 소식이
가족의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가끔은 얼마나
잔인한 위로인지 안다.
누군가는 여전히 걷고,
누군가는 여전히 버티며,
그렇게 우리 모두는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한 가정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계절을 살아가는
수많은 가장과 어머니,
그리고 그 자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들.
그들의 어깨 위엔
한 세대의 삶과 사랑이 얹혀 있다.
오늘도 그들은
묵묵히 살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아픈 사람,
그럼에도 웃으며 버티는 사람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 바람 한 줄기가 닿아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란다.
나는 오늘
이 세상 모든 가장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말없이 버티는 사람들에게
바람 한 줌의 평안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