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던 거리의 끝에서

말없이 지나친 계절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맑았다.


행사 하나를 보러

나선 길이었지만,

생각보다 멀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점점 낯설어질수록


두 사람의 대화는

짧아지고,


공기는

묘하게 식어갔다.


“그걸 왜 미리 안 알아봤어.”


그 말 한마디가

바람보다 먼저 마음을 스쳤다.


서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누군가는 미안했고,

누군가는 답답했다.


도착한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공원이었다.


늦은 오후,

사람들은 웃으며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족 단위의 대화가

파도 소리에 섞여 흘러갔다.


그 밝은

웃음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도,

손은 닿지 않았다.


덥다는 이유로

차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건 어쩌면

남은 온기를 지키려는

작은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정함을 원했고,


누군가는

다가오는 마음이 두려웠다.


그 온도 차이가

바람처럼 스며들어


둘 사이의 공기를

천천히 식혀갔다.


그래도 바다는

여전히 출렁였고,


그 파도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조용히 삼켰다.


사랑은 어쩌면,

붙잡는 일보다

흘려보내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말없이 지나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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