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친절

by 산미테

새벽에 출출해서 편의점에 갔다. 치킨 조각 몇 개와 핫도그를 고르고 계산하는데 진열하다 오신 점원분이 아 이건 소스를 같이 드려요. 매콤한 거 순한 거 어느 걸로 드릴까요? 이랬다. 순한 맛으로 고르고 봉투 없이 가져가는데 치킨조각이 담겨있는 컵 뚜껑이 잘 벗겨지니 조심해서 가져가시라고 한마디 더 해주셨다. 이분은 절망적인 어제오늘의 작업일지를 모르고 존재의 하잘것없음도 모른 채 늘 하던 대로 몇천 원의 평등함에 온기를 얹어 주셨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지반은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 낚싯바늘이라도 꾀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이니 이런 세상의 친절이 눈이 부시다.

멀 지언정 뻔뻔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유산으로 여기까지 차례가 주어지는 걸까.

제게 이렇게나 행복은 쉬운 일이니 뼈까지 시린 냉탕에만 처박지 말아 주세요.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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