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중한 것들은 나를 금방 떠나가는지
목걸이는 나한테 꽤 중요한 물건이다. 나와 몇 달을 붙어지내는 유일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목에 아무것도 없으면 허전함을 느낀다. 내 중심에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위치해 있는다는 것이 나한텐 큰 안정을 준다. 그래서 목걸이를 고를 땐 꽤나 신중한 편이다. 좋아하는 오빠와 처음으로 만나기로 한 날의 전날에도 더 마음에 드는 목걸이, 더 나를 빛내줄 목걸이를 찾아 홍대를 누볐었다.
9월 말, 성수에서 샵들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오랜만에 발견했다. 물방울 같기도, 잎사귀 같기도 한 모양을 가진 그 목걸이가 너무나 예뻐보여서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었다. 상대는 바뀌었지만 관심이 가는 상대가 생겼고, 그 분에게 잘 보이고자 더 신중히 고른 것도 있었다. 그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친구였는데 그 목걸이가 오늘, 너무 허무하게 끊어졌다.
옷을 너무 격하게 벗었던 건지, 목폴라 위로 걸어뒀던 목걸이가 힘없이 툭 끊어지더니 내가 가장 좋아한 잎사귀 모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남은 줄은 두동강이 나있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툭 끊어져버린 그 목걸이를 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 목걸이가 별거라고 그걸로 속이 상하냐 할 수도 있지만 목걸이가 끊어진 게 마치 다른 것들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와 내 관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런 목걸이는 처음 본다고, 다시는 못 만날 수 있다고, 흔치 않다고, 갖은 이유를 대며 소중히 대하던 물건이 허무하게 내 손을 떠나버렸다. 내 중심을 지켜주던 작은 아이는 없어졌고 허무함만이 남았다. 깔끔해졌지만, 공허해졌다.
하얀 벽으로 가득찬 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단정해서 예쁘다는 생각보단 측은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다채롭지 못한 그 색깔이 처연하다. 흰색으로만 가득찬 방은 공허함이 가득하다. 가득차있지만 사실은 공허하다는 모순 자체는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이 흰 방과 같다. 소중하게 여긴 것들이 너무나 빨리 나를 지나간다. 물건도, 사람도 다 떠나가고 그 궤적은 미처 주지 못해 온기가 남아있는 정으로 채워진다. 떠나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정은 깊은 흔적으로 바뀐다.
그 목걸이는 나와 연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내구성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을까.
사실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비싼 목걸이를 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은 내가 가장 아끼던 목걸이가 끊어져 버린 것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가 옷을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벗었더라면, 내가 목걸이를 티셔츠 안에 걸었더라면 이라는 후회는 쓸모가 없다. 그저 목걸이가 약했기 때문임을 왜 누구의 탓으로 돌리려 할까.
그러니 그 사람과 소중히 쌓아온 관계가 툭 끊어진 것에 대해서 지난히도 후회했던 날들을 그저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가 목걸이처럼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은 내 탓이 아니었음을. 굳이굳이 찾아 내 탓으로 돌리지 않기를. 부디 도망쳐 간 그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는 내자신에게도,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도 용서가 깃들기를. 내가 그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더 작아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언제쯤이면 그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