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실수에는 반복되는 시스템이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은 그 위에 다리를 놓고 건너가고, 어떤 분은 같은 구덩이에 다시 빠지곤 하지요.
중요한 건 실수 자체보다 그것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져도 결과는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지나갈 수 있는 실수입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입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지?”라는 질문은 이미 우리 안에 되풀이되는 루프가 만들어졌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회의에서 말실수를 한다 → 이후 자신감이 떨어진다 → 말수가 줄어든다 → 팀 안에서 존재감이 옅어진다 → 다음 회의에서 긴장한다 → 다시 실수한다
마감 직전까지 일을 미룬다 → 급하게 처리한다 →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피드백을 피한다 → 다음에도 또 미룬다
어때요, 보이시나요?
실수는 언제나 구조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보다 ‘그 흐름이 왜 반복됐을까’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실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신호를 흘려보냈고, 어떤 구간에서는 감정을 눌러 담았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뇌는 익숙한 패턴을 따라가게 되죠.
익숙한 실수 뒤에는 익숙한 시스템이 숨어 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실수를 줄이려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실수를 만들어내던 ‘루프’를 끊는 일입니다.
[익숙한 상황 반복] → [긴장을 피하려 함] → [익숙한 패턴으로 대응] → [같은 실수 발생]
상황이 반복되어 긴장을 피하려다가 또다른 루프도 발생합니다
[긴장을 피하려 함] → 잠시 후 → [자기 비난] → [불안 심화] → [주의력 저하] → 다시 실수
이러한 루프는 단 하나의 선택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간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방향을 틀어보는 겁니다.
실수를 줄이려는 분들은 보통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다음엔 잘해야지'라고 다짐하죠.
하지만 루프는 그 전과 그 후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루프를 끊는 분들은 실수 이후의 루틴부터 바꿉니다.
회의에서 맥락과 어긋나는 질문을 했다면, ‘다음 회의에 괜찮은 질문 하나 준비하기’라는 루틴을 세웁니다.
괜찮은 질문 하나로 작은 성공을 거두면 자욱한 안개 같던 불안이 걷히며 루프의 방향이 살짝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감을 자주 미룬다면, ‘마감 하루 전 오전 10시에 알람을 설정하고, 그 시간에 파일을 한번 열어보기'라는 루틴을 세웁니다.
시작이 작을수록 반복은 쉬워지고, 반복이 루프를 끊는 데 효과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발언 실수를 했다면, ‘이 발언을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보기'같은 발칙한 루틴을 세우기도 합니다.
타인의 목소리에 얹어보는 순간, 의도와 전달의 간극이 선명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실수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루프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구조는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1. 실수 기록 루틴 만들기
언제, 어디서, 어떤 감정에서 실수가 시작됐는지 가볍게 메모해 보세요.
자기 비난이 아니라 흐름을 감지하는 작업입니다.
2. 루프 중단 스위치 설정하기
반복되기 쉬운 흐름 중간에 ‘예외 행동’을 하나 끼워 넣습니다.
예시: 메일을 받자마자 답장하려는 충동이 들면, ‘답장 초안만 쓰고 10분 후 다시 보기’로 흐름을 바꿔보기
3. 실수 → 학습 루프 전환
[실수 발생] → [감정/흐름 인식] → [반복 패턴 식별] → [맞춤 대응 전략 설계] → 반복
“왜 또 이랬을까”라는 자책 대신 “어디서 멈출 수 있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실수를 줄이려 하지 마세요.
그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루프를 끊어보세요.
그러면 그 실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일이 막히는 곳에는 병목이 있다'라는 주제에 대해 다룹니다.
일이 갑자기 느려질 때 문제는 사람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속도가 느려지는 지점'이 왜 반복되고, 그 지점에 어떤 병목이 숨어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