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걸 견뎌야 단순한 게 나온다
전략은 단순해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진짜 단순함은 직관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단순한 전략은 복잡함을 통과한 사람만 만들 수 있습니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잘 작동하는 전략은 대부분 수많은 변수, 예외, 실패를 통과해 만들어집니다.
복잡함을 피한 단순함은 허술합니다.
의외의 상황 앞에서 금방 무너집니다.
하지만 복잡함을 견디고 설계한 단순함은 단단합니다.
그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인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실무에서도 그런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업무는 복잡한데 보고서는 3줄이면 끝납니다.
그 3줄이 단순한 이유는 보고자가 복잡함을 다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보고서에는 판단의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보고자가 경험한 우회, 충돌, 반복이 응축되어 ‘딱 필요한 흐름’만 남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해 보이는 전략일수록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 전략은 어떤 복잡함을 통과했는가?”
“이 단순함의 배후에는 어떤 실패의 기억이 녹아 있는가?”
이런 질문이 없다면 그 단순함은 설계가 아니라 생략일 수 있습니다.
단순함은 절제된 설계의 결과입니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과 유혹, 실패와 반복을 버텨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함을 진짜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복잡함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건 대부분 ‘예외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예외는, 설계할 때 고려하지 않은 변수들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 흐름을 단순화한다고 해서 체크리스트 몇 개를 빼면 처음엔 편할 수 있지만, 나중에 꼭 빠진 항목 때문에 문제가 터집니다.
복잡함은 예외를 미리 감지하고, 시스템에 흡수하려는 시도입니다.
복잡한 상황을 설계하지 않으면 예외는 설계 바깥에서 쌓이고 커집니다.
예외가 누적되면 결국 그때그때 급하게 처리하는 방식이 일상이 됩니다.
그리고 그 대응은 또 다른 예외를 낳고, 시스템의 흐름은 점점 흐릿해집니다.
복잡함을 수용하지 않은 시스템은 결국 복잡함에 휘둘리게 됩니다.
복잡함을 미리 짜두지 않으면 그 복잡함이 나중에 문제로 변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반복된 실수입니다.
변수 누락-예외 누적 루프
[복잡함 회피] → [변수 누락] → [예외 상황 증가] → [그때그때 임시 처리] → [전체 흐름 비효율]
예외 누적 지속 루프
[예외 상황 증가] → 반복되면 → [피로 누적] → [시스템 붕괴]
진짜 단순화는 정보를 덜어내는 게 아니라 복잡한 흐름을 ‘묶어내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전략을 짤 때 변수 10가지를 적어봅니다.
실패할 가능성, 대응 루트, 리스크 요인.
그걸 모두 그려보고 나면 전략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나오는 단순함은 현실에서 단단하게 작동합니다.
현장을 통과한 단순함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함을 설계한 전략은 반복하기도 쉽습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이미 '예외의 여지'가 고려돼 있어, 반복할수록 오히려 견고해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전략이 실제로는 가장 설계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설계의 흔적은 실패를 지나친 사람만이 남길 수 있습니다.
단순함이란 결국 복잡함을 대하는 태도의 결정체입니다.
복잡함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거기서 구조를 뽑아낸 사람만이 비로소 ‘이건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살립니다.
그 한 문장이 바로 시스템의 핵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고민 중인 어떤 문제도 아마 누군가는 그 복잡함을 통과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남긴 단 하나의 문장.
그게 지금 나의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구조는 짧게, 실행은 빠르게
전략은 길면 헷갈리고, 실행은 느리면 실패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략과 실행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짧고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