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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자 일지
여행가듯 독립했다.
여행과 독립의 닮은 구석 '나홀로 낯선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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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Feb 24. 2022
2019년
11월
, 런던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여행 갈 틈이 나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날아가서
마침내
낯선 세계에 툭
나홀로 착륙하는 기분
.
어서와, 이곳은 처음이지?
모든 것이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움으로
늘어져있던 감각마저 톡톡 깨어나는 경험.
사회적 자아를 접어두고
본질적 자아에 집중하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낯선 그곳에서
온전히 나로서 나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의 여행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죽는 순간까지 평생 마주하지 못했을
다채로운 삶의
조각들을 관찰하는 것도
크나큰 여행의 묘미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는
흔한 여행의 이유
.
그 이면에는 더
'
넓은 세상
'
에서 더
'깊은 나'
를
만나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대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들 자꾸만 여행을 가나보다.
여행이 고파서
오랜만에 책장에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꺼내들었다.
인천공항에서 구매해
런던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던 책인데
첫장을 펼치니 3년 전에 쓴 메모가 있었다.
'여행하는 삶을 멈추지 않기를.'
삶이 아무리 바빠도
여행을 멈추는
일은
부디
!
제발! 없길 바라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신신
당부해두었던 것이다.
여행 가는
길이 그토록 신이 났었나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막혀버렸다.
모두의 여행이 멈춰버렸다.
때가 되면 (일년에 한 번은) 나가줘야하는데
그 기분을 햇수로 3년째 못 느끼고 있으니.
잠잠했던 좀이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결국
오래 품고 있던
'독립'
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왜?
여행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나홀로 낯선 곳에 툭'
여행의 주된 이유가 이것이었다면
독립도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른이 되면 독립을 해야지.
막연히 생각만 하면서
경제적 득과 실을 따진지 오래.
신중한 성격에 시기를 미뤄왔다.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겼고
이제는 때가 됐다는 걸 직감했다.
아니, 지금이 아니면 안됐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다
촉을
곤두세우는데
나의 온감각이 전
심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이야!
삼십년 넘게
오랜 흔적이 베어있는
정든
우리
집을 떠나
여행 캐리어를 꾸리듯
꼭 필요한 짐들만 챙겨서 내집으로 왔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는
저 멀리 공항 활주로가 내다보인다.
오분마다 비행기가 나는 하늘을 볼 수 있다.
해가 뜰 때, 노을이 질 때, 캄캄한
밤에.
이륙하는
비행기 풍경이
(아직까지는) 매일 매일 새롭다.
구름 사이로 지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코시국
이후 첫 여행이 될 다음 여행지도
그려본다.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기에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부담스러워진다.
독립한 걸 후회하면 어쩌지 걱정도
있었지만
,
결론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으로
내가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
새로운 집에서 여행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요즘이 참 만족스럽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함으로써
순간순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이런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되겠지.
십년 전 캐나다에서
고작 일년 머무는 동안,
다양한
집의 형태와 주거 환경을 경험하고 싶어서
외곽
지역에 있는 주택가 홈스테이부터
다운타운
한복판, 해변가의 집, 공원 앞집으로
무려
네 번이나
자발적으로 이사를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덕분에 그 일년간은 이야깃거리가 한가득이다.
지금은 그 때만큼의 열정과 체력은 없지만
여행의 본질과
여행의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은 나라서 다행이다.
대학생 때 참 좋아했던 헤밍웨이의 문장.
"만약 당신이 젊은 시절,
파리에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면
당신이 평생 어디를 가든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다."
이십대 때 쌓아온 여행의 경험이
살면서 시시때때로 '움직이는 축제'가
되어
위로와 응원을 더해주었듯이,
삼십대에도 새로이 꺼내어 볼
기분 좋은 기록들을 부지런히 쌓아가야지.
다음엔 과연
또 어느 낯선 곳에 떨어지게 될 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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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여행하는 삶의 기쁨을 기록합니다. 세계 여행과 차(茶)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 방송작가 #티소믈리에 #티콘텐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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