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첫날밤, 새벽 1시에 초인종이 울렸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by 오월

2022년 1월

<독립>이라는 일생일대의 미션을 이뤄냈다.

오랜 고민과 준비로 서른 넘어 갖게 된

나만의 오롯한 공간.

새롭게 채워갈 시간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있었다.


본가에서 가져온 짐들을

얼추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 내 집이라기보단 그냥 새 집이다.

가구라곤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집.

내 취향대로 꾸며서 휑하고 썰렁한 이 공간에

얼른 정을 붙여야지 싶었다.


자취생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 첫날밤,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잔잔하게 틀었다.

일기장에 오늘의 감정도 써내려갔다.

그리고나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잠을 청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 시간이 새벽 1시쯤 됐을까.

예고에 없던 일이 갑자기 벌어졌다.

띵.. 동..

자정이 훌쩍 넘은 고요한 밤에

초인종 소리가 웬말인가.


천천히 퍼지는 소리에 온몸이 굳은 채로 정지.

이 집의 초인종 소리를 그 때 처음 듣게 됐다.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는 건 이런 거였구나.

처음 느껴보는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였다.


'도대체 이 시간에 누굴까.'

'왜 초인종이 울리고 난리야.'

'가족들한테 연락해야하나. 112 신고 해야 하나.'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누가 잘못 눌렀나.'


문밖 존재에 대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범죄수사극을 즐겨봤던게 탈인가.

몽타주까지 그려질 정도였다.

거기에 앞날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져서

생각이 나락으로 빠져들어갔다.


'왜 첫날밤에 이런 일이 생겨버린거야.'

'앞으로 밤에 무서워서 어떻게 자.'

'따뜻하고 안전한 집 놔두고,

왜 굳이 혼자 산다고 했을까.'


마치 문밖에 누군가가

밤새 서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었다.

혹시 초인종이 또 울린다거나,

노크까지 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다행인지 그렇게 한 번 울린 게 전부였다.


남동생에게 카톡으로 상황만 공유하고 나서

1시간을 정지 상태로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문밖 존재에게 바스락거리는

이불 소리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 밤이 어서 지나고 해가 뜨기만을 바랐다.


그날 아침,

의외로 깨지 않고 푹 잤지만

몸은 찌뿌둥하게 일어났다.

용기 내서 문을 열었다.

도대체 뭐였을까?

오마이갓.


문앞에 놓인 존재를 확인하곤 헛웃음이 났다.

밤사이 나를 공포에 떨게 한 게 고작.

'보쌈'이라니!!!


배달이 잘못 왔던 거다.

배달기사님이 딩동을 누르고 갔던 거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배달 오류였고 회수도 안된 상태라

회수를 요청했다.


왜 하필 내 자취 첫날밤에 (둘째날밤도 아니고)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밤새 속으로 중얼중얼 거렸지만

보쌈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만약 일찍 회수가 되어서

보쌈을 두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불안감을 해결할 수 없었겠지.

오후가 되어서야 보쌈은 잘 회수가 되었다.


새 집에서의 첫날밤이라,

나도 모르게 많이 긴장했었나보다.

택배나 배달이 오면,

딩동 울리던 아무렇지 않은 초인종 소리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소리처럼 들렸으니 말이다.


혼자가 익숙해진 지금이야

슬금슬금 가서 모니터로 누군지라도

확인해 볼 수 있을 텐데.

그날은 숨소리도 내면 안될 것 처럼

바짝 쫄아있었다.


독립 첫날밤, 환상은 깨졌지만 담력이 레벨업 됐다.

이제는 혼자 자는 것도, 밤이 오는 것도

그리 무섭지 않다.


그날의 쫄보처럼 말고, 용감하게!

독립 라이프를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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