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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May 05. 2022

안녕, 캐나다 1센트 동전

화폐 변화가 워홀러인 나에게 미친 영향

캐나다에서 워홀러로 일하는 일 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1센트 동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던 주간이다.

캐나다 지폐는 5종류.

(100달러, 50달러, 20달러, 10달러, 5달러)

위조방지 및 손상도를 줄이기 위해 2011년부턴

플라스틱 재질의 지폐(Polymer banknote)

발행됐. 기존 지폐보다 5배나 수명이 길다고.


동전은 6종류.

(2달러, 1달러, 25센트, 10센트, 5센트, 1센트)

특히나 동전은 크기나 생김새도 비슷비슷하다.

종류가 많아서 별칭도 갖고 있다.


* 2달러 = Toonie (투니)

* 1달러 = Loonie (루니)

* 25센트 = Quarter (쿼터)

* 10센트 = Dime (다임)

* 5센트 = Nickel (니켈)

* 1센트 = Penny (페니)

그런데! 이 동전들 중에서

구릿빛의 가장 작은 동전 1센트(페니)가

2013년 2월부터 발행과 통용이 중단됐다.


(앞면에는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나뭇잎 두장, 뒷면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진) 1센트는 2012년 5월 4일에 마지막 주조되었고, 2013년 2월 4일부터 유통이 중단되었다.

 페니는 이제 지불로만 받아들여지고

거스름돈으로는 더 이상 돌려주지 않게 됐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최소 화폐 단위가 높아지고, 사용량이 줄어들게 된 동전을 없앤 것이다.

후의 현금거래가는 가까운 5센트로 반올림됐다.

이제 최소 단위가 1센트에서 5센트로 바뀐 셈!

(지금이야 열에 아홉은 카드로 결제하지만)

한국에서도 마트 가서 동전으로 계산할 경우,

쫙 핀 손바닥에 동전을 올려놓고

하나씩 정확히 체크하지 않았었나.


타국에서는 똑같은 행동도 체감 난이도가 달랐다. 

낯선 언어로 계산을 주고받고

거스름돈을 챙겨내어 주는 일이 쉽진 았았다.

당시만 해도 내가 일하던 곳에서는

현금 사용자들이 월등히 많아서 다소 번거로웠다.

(특히나 천국이라 불리는 밴쿠버의 여름철엔 국경 넘어 캐나다로 놀러 오는 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미국 달러로 계산하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결제 기계가 완전히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숫자 셈하는 거에는 머리가 여간 꽝이라

빨리빨리 계산해서 거슬러주는 일이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니

어느새 셈도 빨라지고, 차츰 손에 익어갔다.


나의 업무 능력과 효율이 절정다다랐을 무렵!

청천벽력처럼 '페니'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내가 워홀을 온 해에 화폐 변화가 웬 말인가.

이런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하면서

다시 주어진 미션에 긴장 모드를 유지했다.

새로운 반올림 계산법에 적응이 필요했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처음엔 모두 혼란스러웠다.


<반올림&반내림 계산법>

0.01 / 0.02 → 0.00

0.03 / 0.04 / 0.05 / 0.06 / 0.07 → 0.05

0.08 / 0.09 → 0.10


결제 금액이 15.34불이면, 15.35불로 친다.

20불짜리 지폐를 받으면,

4불 66센트가 아닌 4불 65센트를 내어주게 됐다.


마감하고 나서 매출을 정산하는 방식도 수기였다.

판매 품목 기록과 비교하며

지폐와 동전을 하나하나 정확히 세어 맞춰본다.

정신없이 2주쯤 지났을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기에 ^^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자잘하게 동전을 안 세도 되고

여러모로 1센트가 없어져서 편하다며

동료들과 여유를 부려보기까지 했다.

당시 신문에 한동안 페니와 관련된 기사가 많았다. 

사라질 페니를 활용해 액세서리로 기념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페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금은 동전 수집가들이 사고팔기도 하나보다.

훗날 어떻게 될지 모르니, 방구석 지갑에

잠자고 있는 페니들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지.


이제는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나의 추억 속1센트 동전 (Penny),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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