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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Jun 09. 2022

생일날 휴가 내고 혼자 여행 갑니다

캐나다 BC주의 낭만도시 '빅토리아'

일 년에 한 번뿐인 ,

그것도 이국땅에서 맞는 생일인데!

기분 좋은 유난을 떨어보기로 했다.


원래라면 출근해서 일하는 날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었다.

2주 전부터 매니저에게 얘기했더니

축하한다며 흔쾌히 데이오프를 내주었다.

밴쿠버에서 배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캐나다의 아름다운 낭만도시 '빅토리아'.

당일치기로 혼자 여행을 다녀올 셈이었다.

워킹홀리데이의 '홀리데이'도 누려보자!


다운타운에서 선착장까지 1시간 30분

페리 타고 빅토리아까지 1시간 30분

버스 타고 아침 첫  타는 여정이 길기

5시부터 이른 새벽 공기를 마시며

어둑어둑한 다운타운을 나선다.

[AM 5:00]

캐나다라인 타고 Bridgeport역으로 이동

Bay4에서 Tsawwassen 선착장행 버스 탑승 

[AM 7:00]

빅토리아행 페리 탑승

캐나다의 자연은 어딜 가나 풍요롭다.

바다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감상에 빠진다.

한국에서는 대학생 신분에 불과한데

캐나다에 와서 열심히 일하다가

생일날 휴가 내고

혼자 배 타고 훌쩍 여행을 간다니 -

멋진 어른이라도 된 기분이랄까.

선착장에 내려서 다운타운행 70X버스로 환승.

2층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생일 날짜가 적힌 아날로그 감성 종이티켓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30분을 넘게 달려 빅토리아의 중심 들어서자

밴쿠버와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같은 캐나다 BC주인데 확연히 다르다.

은퇴한 노부부들이 많이 산다고 들었는데

아늑하고 유유자적한 도시의 분위기를 보니

왜 그런지 알 것만 같았다.


빅토리아를 대표하는 건물 2곳

<BC주의사당>과 <페어몬트 프레스 호텔>.

좌) BC주의사당                          우)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

BC주의 주도는 밴쿠버가 아닌 빅토리아!

온 김에 BC주의사당 내부에도 들어가 보았다.

낮에 시간 맞춰 가면 무료 투어도 들을 수 있다.

50m가 넘는 원형 홀 천장이 가장 인상적.

4개의 면에는 BC주 초장기 경제를 이끈

임업, 어업, 농업, 광업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시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터라

곳곳에서 영국스러움이 많이 묻어난다.

낮에는 고풍스런 멋과 잔디 피크닉을 즐길 수 있고

 풍경은 화려한 조명 덕에 야경까지 일품이다.


당 충전할 겸 Market Square 와플가게에 들른다.

와플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문하면서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니, 워홀 동지였던 거다.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독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온 지 몇 달 안됐는데

빅토리아는 심심해서 오히려 좋다고 다.

밴쿠버도 심심한 도시라는 말을 익히 들었던 터라

무슨 말인지 알 듯도 했다. 캐나다는 어딜 가나

심심한 나라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든가 보다.

캐나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화려하진 않지만

'심심한 재미'에 매력을 느끼는 건데 말이다.

생일 여행을 왔다고 하니 기꺼이 축하해주었고

서로의 남은 일 년을 응원하 발길을 돌렸다.


크레이그다로슈 캐슬은 다운타운에서

살짝 떨어져있지만 버스로 가볼 만한 곳이다.

광산 부자인 던스뮤어가 19세기 말에

아내를 위해 3년 동안 지은 초호화 저택인데,

4층짜리 성에 방이 무려 39개나 되는 규모.

지금은 사립 박물관으로 운영하면서

종종 영화 촬영도 한다고 한다.

저택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빅토리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 할아버지가

한국인인 나를 반가워하며 말을 건네셨다.

알고 보니, 6.25 참전용사로 한국전쟁을 치른

캐네디언 할아버지셨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반가웠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성을 빠져나왔다.


빅토리아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폭이 1.2m밖에 되지 않아

캐나다에서 가장 좁은 골목이라는

Fan Tan Alley도 지나본.

좁은 골목에 상점들이 알차게도 들어서 있다.


이너하버에서 통통배 타고 피셔맨스 워프로 다.

산책코스가 잘 되어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걸어가도 되지만

나는 하버페리(수상택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록달록 수상가옥들이 몰려있고

노천카페와 식당들이 줄지어있다.

혼자 먹기 가장 만만한 메뉴, 피시 앤 칩스!

Barb's place에서 갓 튀겨낸 바삭한 튀김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한참을 걸었다.

스물셋의 내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행인들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여러 장 남겨본다.

INFJ 나도, 여행지에서는 'E'되는 듯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도 잘 걸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밌고

사진 요청도 스스럼없이 한다.

(구도가 마음에 안들 경우, 잠시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에게 또 요청하기도 한다.) 

덕분에 그 시절의 나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해 질 녘까지 꽉 차게 아름다웠던 빅토리아의 풍경.

당일치기도 충분히 좋았지만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한적한 이 도시의 분위기에 동화되고 싶었다.

돌아오는 페리에선 혼자 저녁을 먹으려던 찰나.

줄 서 있을 때 잠깐 스몰톡을 나눴던 아주머니가

오늘 생일인데 혼자 먹냐며

옆자리에서 밥친구가 되어주었다.

생일 선물이라며 음료까지 건네주는 스윗함!

교통비 왕복 45불, 식비 30불, 입장료 15불.

하루 동안 토탈 90불(약 10만 원)로

잊지 못할 생일 여행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짧고도 긴- 꿈같던 하루가 저물어있었다.

크고 작은 여행 앞에서 망설여지마련이지만,

여행만큼은 갈까 말까 고민될 때

가는 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만나는

하루하루의 '선택'즐기면서

보다 '후회 없는 선택'쌓아가고 싶다.

이런 선택들이 모여 내 이 되겠지.


빅토리아에서 보낸 생일은

캐나다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던-

빛나는 이십 대의 날들 중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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