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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Aug 13. 2022

캐나다 음식 찾기

밴쿠버는 스시가 맛있습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음식은 뭐야?"

"음... 푸틴!!!"


열에 아홉은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가까스로 교과서 같은 정답을 외친다. 다민족 국가로 이뤄진 캐나다에서는 한국의 김치처럼 대표될만한 음식을 찾기란 어렵다. 그나마 전통음식이라고 인정받는 푸틴(Poutine)은 퀘벡에서 시작됐다. 갓 튀긴 감자튀김 위에 뜨거운 그레이비소스와 치즈커드를 뿌린 요리로 다양한 토핑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소스를 부어먹는 부먹 스타일라 찍먹파는 그다지 안 좋아할 것 같다. 푸틴퀘벡어인 프랑스어로 '혼합'이라는 뜻인데, 그 이름에서부터 여러 문화가 혼합된 캐나다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캐나다의 흔한 국민 간식이라고 보면 된다.


 

ALL YOU CAN EAT 스시 !


하지만 실제로 캐나다에 사는 동안 푸틴을 먹었던 건 단 세 번뿐. 그렇다면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은 뭘까? 캐나다, 아니 정확히는 '밴쿠버'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다름 아닌 '스시'다.



밴쿠버가 '북미의 스시 수도'로 불린다고도 한다. 스시집이 웬만한 카페 체인점보다 많다. 고개를 좌우로만 돌려도 스시집 하나는 시야에 들어온다. 2014년 기준, 광역 밴쿠버에 스시집이 600여 개였다고 하니 지금은 훨씬 많을 듯하다. 스시와 롤을 좋아하는 나에겐 특히나 천국 같았던 스시 뷔페 문화. 문 앞에 [All you can eat(무제한 뷔페)] 사인이 있으면 곧장 들어갔다. 연어가 많이 생산되는 국가라 값도 비교적 저렴하고, 중요한 건 연어가 두툼하니 맛도 좋다! 밴쿠버에 있을 때 누려야겠다 싶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연어 만찬을 즐겼다. 동양인뿐만 아니라 현지 캐네디언들에게 사랑받는 스시. 서양 사람들이 스시를 먹기 위해 젓가락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모습은 낯설지만 반가웠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재미난 사실!

캘리포니아롤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졌을까?


아니다. 캘리포니아도, 일본도 아니다. 정답은 밴쿠버! 1971년 밴쿠버로 이민을 온 일본인 셰프 토조가 북아메리카에 어울릴만한 일식 메뉴로 처음 개발한 것이 '캘리포니아 롤'이다.


그 당시에 스시는 인기 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현지인들이 김을 좋아하지 않아 스시롤에 대한 반감이 컸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도조 셰프가 김을 안으로 넣고 밥을 겉으로 싸서 김 냄새를 없애고, 캐네디언의 취향에 맞게 게살, 아보카도, 오이 등을 소로 넣은 누드 롤을 만들었다. 그 롤의 첫 이름은 'Inside-Out Roll'. 1974년 탄생한 이 메뉴가 당시 밴쿠버를 자주 오가던 미국 LA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캘리포니아 롤의 고향인 밴쿠버에서 캘리포니아 롤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김밥천국의 김밥 같은 존재다. 저렴하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



토조 셰프는 캘리포니아 롤에 그치지 않고 훈제 연어 껍질로 감싼 초밥을 개발했는데, 이게 바로 'BC 롤'이다. 밴쿠버가 캐나다 BC주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름을 따온 것이다. 캘리포니아 롤은 알래스카 롤, 맨해튼 롤, 필라델피아 롤 등으로 파생되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다.





캐나다의 대표 음식 하나를 꼽아달라는 건 애초에 무의미한 질문이었다. 365일 내내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도시. 밴쿠버에 다시 간다면, 다채로운 미식 여행을  한 번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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