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심심한 나라라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밴쿠버다운타운에서는 매달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모자이크의 나라답게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사계절을 빼곡히 채운다.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축제 분위기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축제의 현장은 황홀한 목격이다.일 년에 단 한두 번만 열리는 축제는 여행자로서 현지 문화에 합류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그래서 언제부턴가 찾아서 참여하게 됐고, 어느새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일 년살이'라는 끝점이 있는 일상인 듯 여행인 듯 그 중간 지점에서는 화려한 축제마저 잔잔한 일상의 일부로 스며든다.
싸이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캐나다의 축제 문화.
"우리 모두는 이 축제의 챔피언입니다."
"모두의 축제!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얼굴색도 출신 국가도 종교도 성별도 다른 만인이 하나 되어 즐기는 모습은말 그대로 모두의 축제다.
일 년 동안 밴쿠버에서 보고 들은 축제들만 해도열 손가락이 넘어간다. 밴쿠버 벚꽃 축제, 캐나다 데이 페스티벌, St.Patrick's Day 축제, 그리스 축제, 차이나타운 퍼레이드, 혼다 불꽃 축제, 국제 어린이 축제, 채식주의자 축제, 마리화나 축제, 밴쿠버 게이 축제,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 퍼레이드, 새해 북극곰 수영대회 등. 다운타운 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만 이 정도고 외곽에서 열리는 소규모 행사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또렷한 축제의 기억은캐나다데이 퍼레이드였다. 매년 7월 1일은 캐나다의 가장 큰 공휴일'건국기념일'이다. 일주일 전부터 캐나다데이를 맞기 위해 여기저기서 분주해진다.당일날다운타운은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로 거리마다 들썩들썩하다.
자기 나라 국기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캐나다 국민도 아닌 나까지 캐나다 사랑이 솟구칠 만큼 캐네디언들의 캐나다 사랑은 대단했다. 드레스 코드를 맞춘듯이 국기 컬러인 빨간색 혹은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빨간 단풍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를 가방에,유모차에, 모자에붙일뿐만아니라 집마다 발코니에도걸고, 요트와 자동차에내 걸고달린다. 캐나다데이 시즌에는 온도시가단풍 물결이다.
캐나다 데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W.조지아 스트릿에서 열리는 카 퍼레이드였다.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각자 나라의 전통을 뽐낸다. 사물놀이 행렬의 한국 순서 땐 반가움에 환호했다. 마치 초등학교 때, 운동장의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세계 전통의상을 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던 '가장행렬'의 기억이오버랩됐다.
캐나다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 각자의 문화를 드러내고 서로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한마음으로캐나다 국기를 흔드는 모습은평화의 장 같았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다 함께 W.조지아 스트릿과 버라드 스트릿 교차점에서모두가 함께'오 캐나다' 캐나다 국가를 불렀다.
Oh Canada -
Our home and native land!
2002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월드컵 '오 필승 코리아' 떼창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하나됨의 감정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사진도 찍고, 온몸으로캐나다의 생일을 축하하며 기쁨을 나눴다. 개인주의적일 것만 같던 서양 문화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게 되는 시간이었다.
캐나다 하면 일상의 순간 곳곳에서 누릴 수 있는 '대자연'과 '깨끗한 공기'가 역시나 제1의 매력. 거기에 더해 여유롭고 잔잔한 삶 속에 숨은 다채로운 에너지의 축제를 찾아낸다면, 두 얼굴의 매력을 가진 캐나다를 심심하게 볼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