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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May 03. 2022

외국인 친구들과 뜻밖의 할로윈 데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우리는 친구입니다.

외국인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사귈 수 있을까!

미드를 볼 때마다 언젠가 외국인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는데...

캐나다에서 나의 첫 외국인 친구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과 특별한 할로윈 데이를 보냈다.

밴쿠버에 온 지 4일째 되던 날,

다운타운에 있는 도서관에 회원증을 만들러 갔다가

ESL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바로 등록했다.

이민자들의 나라라 그런지

곳곳에 ESL 수업이 잘 갖춰져 있다.

(* ESL :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이틀 뒤, 도서관 내 작은 커뮤니티룸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스무 명이 모여 수업을 들었다.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밴쿠버가 낯선 이들을 위해

밴쿠버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한 시간 가량의 수업을 마치고 나서

나는 커뮤니티룸  게시판 앞에 섰다.

이런저런 소식지를 읽어보고 있었는데,

같이 수업을 듣고 나처럼 앞에서 서성이던

셋과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중 한 명이 물었다.

"What are you guys doing on Halloween?"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할로윈 데이에 무감각했는데,

밴쿠버에 온 지 열흘만에 할로윈 데이를 맞았다.


다들 딱히 계획은 없다고 하며 웃어 보이자,

그 친구가 재미있는 클래스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알게 된 친구 3명

- 독일에서 온 Geni와 Anna.

- 포르투갈에서 온 Miguel을 다시 만나

 <Felting Workshop> 함께 참여했다.

다소 허름하고 빈티지한 외관과 달리

안에는 아기자기 예쁜 패브릭들이 걸려있었다.

평소에는 45불의 참가비가 있는데

할로윈 특별 이벤트로 이날은 무료로 진행되는

일종의 원데이 클래스였다. 

이런 고급 정보를 나눠준 Anna에게 고마웠다.

파키스탄인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염색된 털실들을

자기 마음대로 디자인해서 엮어 붙이면 된다.

(미술적 소질은 없기에) 이 활동이 재밌다기보단,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들떠있었다.

결국 뭘 만들었던 건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친구들과 선생님과인증샷을 끝으로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외모도 다른 !

이서 함께한 할로윈 데이의 낮이 저물어갔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왠지 아쉬웠다.

근처 워터프런트역 골목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커피 한잔씩 하며 서툰 영어로 삶을 나눴다.


다큐멘터리 PD로 일하다가

장기휴가차 밴쿠버에 왔다는 Miguel.

두 딸을 데리고 1년간 밴쿠버에 머문다는 Geni.

뱃속 아기와 함께

남편의 밴쿠버 출장을 따라왔다는 Anna.

각기 다른 이유로 캐나다에 왔지만

서로의 밴쿠버 라이프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다시 만나 함께한 시간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친구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내려본 결론은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다.

(나이, 성별, 국적, 환경, 종교, 취향 불문)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구라는 곳에서 동시대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결국 친구가 아닐까.

비록 아직 만나진 못 했다 할지라도

언제든 어떻게든 만날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만날 사람은 결국 다 만나게 되어있다."

별들이 언젠가는 일정한 궤도에서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듯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도

만날 수밖에 없는 인연일지 모른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자신에게 큰 전환점이 될 만한

특별한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놀라운 인연이다.

지역 매거진에 올라온 Felting Workshop 취재 사진

그날 저녁, 동네 아이들이

Trick or Treat을 하러 문을 두드렸다.

사탕을 나누어주며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을 직접 경험하니 재밌었다.

이곳 사람들, 할로윈에 정말 진심이구나!


캐나다까지 왔는데

할로윈 데이의 밤을 놓칠 수 없었다.

홈스테이에서 만난 중국인 동생 Viola와

집에서 저녁을 먹고 부랴부랴

다운타운으로 다시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코스튬 의상 입고

다채롭게 거리를 물들이는 사람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 

할로윈 데이의 낮과 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사람들인데.

그때의 시절 인연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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