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덕후 이야기 020

종탄절

by 남편덕후


전날 밤 같이 잠든 척하면서 남편 재우고 몰래몰래 끓인 미역국,
폭우와 지옥철을 뚫고 사 온 작은 케이크,
퇴근하고 남편 보는 데서 부랴부랴 완성한 생일 장식들...
생일 파티가 익숙지 않은 종수님은
급조된 화관을 쓰시고는 식은땀을 흘리시고,
이것저것 자르고 붙이느라 녹초가 된 나는 진땀을 빼는 요상한 생일 축하 현장.
SNS에 넘치는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직 종수님을 위한 나의 모든 사랑과 정성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뭔가 특별하고 소중해! 감동적이야! (라고 나를 위로해본다)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 나에게 사람이, 생명이 귀함을 가르쳐주신 종수님.
비교와 대세에 갇힌 나에게 늘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종수님.
아는 것을 사는 것으로 바꿔내는 본을 보여주는 종수님.
무엇보다 부족한 나를 늘 예뻐해 주고 아껴주는 종수님!
어떻게 이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 세상에 왔고 내 인생에 등장했을까!
그대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으니
나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남편의 생일.
기쁨과 감사를 담아 목청껏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매년 이렇게 어설프고 일상적인 생일을 평생 선물해드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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