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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덕후 Jul 16. 2018

남편덕후 그림일기 045

이발하는 날


‘머리를 깎으신다더니 나이를 깎고 오셨네요?’
‘얼굴에서 빛이 나서 안 되겠네...얼굴 가리고 갑시다!’
나 어쩜 이렇게 칭찬을 구체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줄줄 잘해...? 아이디어 내라면 카피 한 줄도 생각 안 나던데 이게 바로 진심의 힘인가 봐.
이렇게 유려하고 진정성 넘치는 칭찬들이 쏟아져도 종수님은 눈 하나 깜짝 안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가 항상 어딘가 삐뚤빼뚤. 먼 길을 돌아서 육 천 원짜리 이발을 하고 오시는 탓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심지어 샴푸도 안 해주고 대충 털어주는지 귀랑 목 뒤에 머리카락이 다 안 털려 있다.


“저 하나도 안 멋있습니다.”
ㅡ“내 남편 욕하지 마요!!!!!”


어설프게 깎인 머리에, 귀에는 머리카락 묻힌 채로 검소한 삶을 살고 싶으시다고 말하는 종수님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있어요?! 저의 칭찬은 종수님의 존재까지 포함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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