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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Feb 27. 2021

웬 통닭이 날 보고 있다

"짧은 단발로 층을 좀 내고 싶어요."
"앞머리는 좀 길게 일자로 해주세요."
"학생 머리처럼 바가지 스타일로 해주세요."
"조금 쳐서 긴 커트로 하고 귀는 파지 말아 주세요."
 
퇴사 후부터는 이발비라도 아끼자고 내가 집에서 가위질을 하지만 보통 미용실을 가면 스타일을 간단히 주문하고 잠들고는 했다. 샘플을 보고 고르는 건가? 어떤 헤어스타일을 말할까 생각하는 중에 예상치 못하게 ‘검사와 마취’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고양이는 강아지랑은 다르게 살이 약해서 움직이다 상처가 나게 되면 피부 거죽이 찢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취를 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검사가 필수였다. 몰랐던 사실에 놀랐고 억 소리 나는 비용에도 놀랐다.


오후에 찾으러 오라는 말을 듣고 “예쁘게 해 주세요”하고만 나왔다. 처음 알게 된 마취란 거에 집중해서 듣다 보니 그제야 어, 우리 나뷔 헤어스타일을 말 안 했네. 물어보지 않는 거보니 알아서 적당히 이쁘게 다듬어주는가 보다 했다.


“이발은 끝났구요, 마취가 풀리는 중인데요, 데려가셔도 돼요.”

“어딨어요?”

“바로 앞 케이지에 있잖아요. 보고 있네요. 꺼내셔서 안아주세요.”


웬 통닭 한 마리가 날 보고 있었다. 저 통닭이 설마 우리 나뷔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삭발해주세요.”라고 주문했었나 순간 나를 의심했다. 고양이는 원래 저렇게 이발한다는 것이었다. 

내 자식도 몰라보다니 미안하다, 나뷔야. 바리깡 자국은 선명하고 아직 어질어질해서 뒤뚱거리는 게 안쓰러웠다. 물 한 모금 마시고는 한기를 느끼는 듯 바로 따듯한 노트북에 웅크리고 있다. 요즘은 무마취 하는 곳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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