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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Mar 07. 2021

이제는 프리다 칼로처럼

나는 이발을 집에서 내가 한다. 샴푸도 사용 안 한지가 어언 삼 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샴푸는 프라스틱 용기 쓰레기를 줄이니까 환경에도 좋다. 샤워를 마친 채 젖은 머리카락을 어느 정도만 턴 상태에서 가위질을 해야 머리카락이 물기가 있어 덜 날린다. 사각사각 가위소리도 좋고 머리카락이 욕실 바닥에 떨어져 흩어져있으면 기분이 좋다. 까만 머리카락은 낙하하다가 동그란 어깨 위에 쌓이고 그게 또 하얀 가슴 위까지 내려온다. 일부는 흘러내리다 불룩한 배에서 멈춰있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기분좋다. 거울에 비친 까만 머리카락 낭자한 내 몸을 보는 것을 즐긴다.  

이제 보니 우리 나뷔, 완전 삭발은 아니다. 꼬리는 털이개마냥 끝부분이 풍성하고 발은 털이 그대로 북실북실한 것이 장화 신은 고양이 같다. 얼굴은 크고 동그란데 몸통은 삭발이라 체통이라고는 영 없어 보인다.

며칠 지나 솜털이 보송보송 올라왔지만 한기를 아직도 느끼는지 당분간 서식지는 전원 켜진 노트북이 될 듯하다. 꼬리까지 감고 웅크려있다. 내 엑셀 작업에는 무슨 암호인지 외계어인지 잔뜩이다. 저 것을 해석한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그 후로는 나뷔 이발은 내가 해준다. 털이개 스타일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마취가 맘에 걸린다. 나뷔에게 너무 안 좋을 것 같다. 마취한다는 것을 처음에 알았으면 내가 직접 깎아주었을 것이다. 비용도 그렇고.


나는 이발을 집에서 내가 한다. 샴푸도 사용 안 한지가 어언 삼 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샴푸는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를 줄이니까 환경에도 좋다. 샤워를 마친 채 젖은 머리카락을 어느 정도만 턴 상태에서 가위질을 해야 머리카락이 물기가 있어 덜 날린다. 사각사각 가위소리도 좋고 머리카락이 욕실 바닥에 떨어져 흩어져있으면 기분이 좋다. 까만 머리카락은 낙하하다가 동그란 어깨 위에 쌓이고 그게 또 하얀 가슴 위까지 내려온다. 일부는 흘러내리다 불룩한 배에서 멈춰있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기분 좋다. 거울에 비친 까만 머리카락 낭자한 내 몸을 보는 것을 즐긴다.  


“야, 변태냐? 너는 참 독특해. 별걸 다 좋아해, 하여간“ 변태 같다는 내 친구의 말도 칭찬으로 들린다. 이 정도면 나르시시즘적인 과대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변태가 어때서? 하여튼 그래서일까, 프리다 칼로의 작품 중에 <잘라 낸 머리카락이 있는 자화상>을 제일 좋아한다. 전시회 가서도 그 그림의 냉장고 자석 하나만 사 왔다.

자기애 충만하기로 고양이만 할까. 먹고 응가하고 잠자는 거 말고 하는 거라고는 자기 몸단장뿐. 지는 해를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하는 듯한 저 표정은 뭐냥? 우리 나뷔, 화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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