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를 서너 번은 본 것 같다. 인도판 리메이크작까지도 보았다. 그건 굳이 뭐더러 봤는지. 아무튼, 원빈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에서 마침내 드러나는 다비드상의 조각, 그 순간에 극장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는 그 영화. 그래 봤자 옆집 소미(김새론 배우)를 구한 건 아저씨가 아니었다. 극 중 소미가 악당의 이마에 대일밴드를 붙여주는 씬이 나온다. 킬러의 마음을 녹여버린 그 대일밴드. 소미는 대일밴드 덕에 목숨을 건졌다.
우리 나뷔는 팔베개를 잘한다. “나뷔야~“ 팔을 쭉 내밀면 어디서든 쪼르르 달려와 철푸덕 또는 발라당 내 팔에 누운다. 내 팔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안기도 하고 내 손바닥 안으로 작은 머리를 쏙 들여놓기도 한다.
어떨 때는 내 손바닥을 돗자리 삼아 깔고 누워버린다. 그러면 나는 그 꼼작 못함이 좋다. 안정감을 부르는 짓누름이 좋다. 그 평안함과 살 냄새. 고요함과 보드라움.
나뷔의 팔베개는 대일밴드 같다. 그냥의 일상마저 고된 나에게 나뷔가 대일밴드를 붙여주는 거 같다. 상처는 있어도 계속 계속 그다음 어떤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일밴드. 저절로 목숨이 살아지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집에 대일밴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당신의 "대일밴드"는 무엇입니까?
이따금 발베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