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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Jul 02. 2021

“난 인간인데 넌 고양이니?

눈을 가만히 감으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던 눈송이. 도착했다는 나의 문자에 왼손에는 빈 집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작고 하얀 고양이를 안은 채 걸어 나오는 그녀가 보였다.


“어머, 자기 보내려는 거 아는 가봐요. 아가가 갑자기 안 떨어지려고 하네요”


아기 고양이가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정들까 봐 이름도 안 지었다는 그녀의 정다운 말. 마지못해 내 손으로 건너오던 하얀 아이의 찡그리던 콧잔등 주름. 모두 생생하다.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때는 고양이 분양을 하면서 5만 원 안팎의 책임비 정도를 서로 주고받는 관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 코코랑님은 나와의 한번 통화로 그저 잘 키워주시기만 바란다고 했다.


고양이는 보조석의 자기 집 안에 얌전히 있더니 차의 엔진 소리에 적응이 되었을 만한 시간이 지나자 슬슬 나와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운전하고 있는 나의 어깨까지 올라와 내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내 가슴골에서 자신의 심장 진동을 울리며 꼬물꼬물 거리는 것이 굉장히 신묘한 경험이었다. 큰 심장이 작은 심장을 품는 감동,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 이 감동이겠구나 생각했다.


한참후 얼마를 달렸을까 내 품에서 나와 보조석 자기 집안에 있을 줄 알았으나 손을 뻗으니 고양이가 없었다.  차를 둘러봐도 안보였다. 차에서 빠져나갔으면 어떡하지? 큰일이다 싶어 겁이 났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어두운 차 안을 살피고 있는데 고속도로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왔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저씨, 우리 아기 고양이가 안보여요, 차에 없는 거 같아요. 좀 찾아주세요.”


나는 벌써 울먹이고 있었다. 살면서 경찰 만날 일 한번 없더니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다행히 귀가 좋은 경찰이었다. “있어요 있어. 야옹야옹 하잖아요” 고속도로 한가운데 쌩쌩 차 소리에서도 그걸 듣다니 내게도 운 좋은 일이 이렇게 아주아주 가끔 일어난다. 그러고는 내내 작은 고양이를 오른손으로 제압을 하며 내려왔다.


당연히 케이지를 준비했어야 하는 일이었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어쨌거나 그때 그 경찰관님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면 연락을 바랍니다. 제가 늦게나마 소정의 사례라도 해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국가 공권력의 도움을 받고 눈길을 헤쳐 무사히 도착하여 떡하니 아가를 내려놓자 우리 나뷔 표정.


“난 고양이인데 넌 뭐니?”


아닌가?


“난 인간인데 넌 고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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