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벙이는 그다음 안방 진입 작전을 마침내 성공시켰고
마지막 고지전인 침대를 향한 격렬한 전투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집사와 잘 것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
1.
벙벙이 : 적의 동태를 살 피는 것으로 시작. 그러기엔 창틀이 적격이지.
나 뷔 : 어디를 감히~~!
2.
벙벙이 : 일단 한 단계는 진격하고 보자. 화장대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 뷔 : 어디를 감히~~!
3.
벙벙이 : 고지가 눈앞이야. 버티기로 들어가서 빈틈을 공략하겠어.
나 뷔 : 어디를 감히~~!
4.
벙벙이 : 아싸. 나는야 점령군. 깃발을 가져오너라.ㅎㅎㅎ.
나 뷔 : ㅠㅠ
그날 결투에 이긴 녀석은 내 품에서 잠드는 영광을 누린다.
난 승자의 골골송을 감상하면 된다.
패배한 녀석은 내 발 밑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눈물을 삼키며 지난 전투를 복기해본다.
나는 그들의 결투를 지켜볼 뿐 개입할 수 없다.
이제는 잠자리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동맹을 맺었는지 양쪽에서 공평하게 팔베개를 한다.
나는 불편한 십자가 자세로 잠들지만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십자가를 베고 나를 사랑으로 구원할 그 이름, 고양이.
주어진 생을 오롯이 그대로 다 살고
나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잘 먹고 잘 쉬다 간다’는 눈빛이었으면
그것으로 바랄 게 없겠다.
나에게 고양이는 오직 ‘사랑’이고 오로지 ‘사랑’이며 다만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