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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Jul 25. 2021

고지가 눈앞에

벙벙이는 그다음 안방 진입 작전을 마침내 성공시켰고 

마지막 고지전인 침대를 향한 격렬한 전투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집사와 잘 것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 


1. 

벙벙이 : 적의 동태를 살 피는 것으로 시작. 그러기엔 창틀이 적격이지.

나   뷔 : 어디를 감히~~!


2. 

벙벙이 : 일단 한 단계는 진격하고 보자. 화장대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   뷔 : 어디를 감히~~!


3. 

벙벙이 : 고지가 눈앞이야. 버티기로 들어가서 빈틈을 공략하겠어.

나   뷔 : 어디를 감히~~!


4. 

벙벙이 : 아싸. 나는야 점령군. 깃발을 가져오너라.ㅎㅎㅎ.

나   뷔 : ㅠㅠ


그날 결투에 이긴 녀석은 내 품에서 잠드는 영광을 누린다. 

난 승자의 골골송을 감상하면 된다. 

패배한 녀석은 내 발 밑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눈물을 삼키며 지난 전투를 복기해본다. 

나는 그들의 결투를 지켜볼 뿐 개입할 수 없다.


이제는 잠자리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동맹을 맺었는지 양쪽에서 공평하게 팔베개를 한다. 

나는 불편한 십자가 자세로 잠들지만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십자가를 베고 나를 사랑으로 구원할 그 이름, 고양이. 

침대는 넓어. 우리 같이 자자

주어진 생을 오롯이 그대로 다 살고

나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잘 먹고 잘 쉬다 간다’는 눈빛이었으면

그것으로 바랄 게 없겠다. 

나에게 고양이는 오직 ‘사랑’이고 오로지 ‘사랑’이며 다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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