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알지만 태도가 되진 못하는 허무함 곁에서
김영민 교수님 글을 좋아해서 연말에 설레며 사뒀던 책. 프롤로그 읽고 오랜만에 마음에 꼭 맞는 문장을 찾았구나 싶었다. 아쉽게도 프롤로그 이후엔 그런 부분을 잘 찾지 못했다. 다만, 삶의 불가피한 허무 앞에서 무력한 상태에 우울증, 자존감 등등 이런 단어를 내세워 치료나 치유로 풀이하지 않아서 좋았다.
한두 번 크게 아프고 나서 의지와 무관하게 유한한 삶을 체감했고, 마음속엔 다시는 채울 수 없는 크레바스가 생겼다. 그런 죽음의 틈을 가지고도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의 태도를 엿본 것 같다.
의미와 희망과 선의를 좇으면서 동시에 학살과 전쟁과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대를 이어 생멸을 거듭해 온 인간이란 종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혼돈의 시간에 그들은 어떤 기쁨과 불안과 고통을 느꼈을까 하고 자문해보곤 한다.
희망은 답이 아니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9쪽)
패턴은 일상의 행동에 작은 전구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놓는 일이기에, 삶은 패턴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빛나게 된다. 이 반복과 패턴이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리듬은 뭔가 지금 제대로 작동 중이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낸다. 그 규칙적으로 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당신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해온다. 그 신호에 반응하는 마음이야말로 일상의 어둠에서 인간을 잠시 구원할 것이다.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 정처 없이 무너져 내릴 때, 졸렬함과 조바심이 인간을 갉아먹을 때, 목표 없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때, 자기 확신이 그만 무너져 내릴 때, 인간을 좀 더 버티게 해줄 것이다.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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