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웨일‘과 ’더 글로리‘ 짧은 감상문
딸을 구제불능의 늪에서 건져냄으로써 생의 마지막, 자신을 구원하는 찰리(‘더 웨일’)와 복수와 파멸로 변증법적 구원의 영광을 누리는 동은(‘더 글로리’). 영화 ‘더 웨일’과 드라마 ‘더 글로리’가 바라보는 소실점은 구원이다.
삶 자체가 구원이 가능한가? 누가 누구를 구원하는 일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런 실존적인 질문들은 오직 홀로 죽는 일이 약속된 삶에 던지는 우문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본다. 어떤 사람이 구원을 시도하는가.
읽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쓰는 사람이 구원에 착수한다. 에세이 작문 강의를 하는 교수 찰리는 ’더 웨일‘ 시작부터 끝까지 ‘모비딕’ 에세이를 읽는다. 낙제 에세이를 가져온 딸을 이해하려 애써 대화를 시도하고 학생들에겐 ‘제발 솔직하게’ 글을 쓰라고 가르친다. ’더 글로리‘의 동은은 드라마 내내 연진이에게 편지를 쓴다. 너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거나 나의 독백인 일기이거나 누군가가 읽어줬으면 하는 방백이거나. 찰리도 동은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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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읽거나 쓰지 않아 뭉텅이로 날리는 일력처럼 삶을 보내고 있다. 귀찮으니 돌아보지 않고, 어려우니 이해하지 않고, 어리석으니 풀어내지 못하는 요즘이다. 찰리 집의 닫힌 현관문 틈으로, 동은 원룸 창문의 빽빽한 종이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이 구원이길 바라며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모양새다. 솔직한 에세이도 진심어린 편지도 결국 펜을 쥐고 있는 건 자기 자신임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