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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림 Jun 25. 2023

영화 <엘리멘탈> : 집을 둘러싼 우리들의 성장기

대성통곡

출처 : 엘리멘탈 포토


본의 아니게 스포할 것 같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와닿는 장면이 많았고 꽤나 울어서 왜 이렇게까지 공감했을까 생각하다 쓴 후기입니다



영화 <엘리멘탈>은 집을 둘러싼 우리들의 성장기다.

그 앞자리엔 집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불 앰버의 부모가 있다. 앰버의 아버지는 불의 세계를 떠나며 자신의 아버지와 최종적으로 불화하게 됐다. 작별 의식인 절을 자신의 아버지가 받지 않은 채 영영 이별하게 된 앰버의 아버지는 속죄하듯 전통을 고수한다.


​완고한 정체성은 속죄인 동시에 차별받는 이국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막이기도 했다. 그 방어막의 구현은 집으로 표현된다. 물과 격리된 지점에서 불의 세계 물품을 파는 곳. 자신이 하수도부터 벽돌까지 모든 걸 만들어나간 공간. 앰버의 아버지는 부인, 딸 앰버와 함께 불의 세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한 세계를 구축한다. ​




<엘리멘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주인공 앰버가 아버지의 집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순간이다. 하수도 문제라는 물리적인 갈등으로서 작은 불씨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혼란으로 번져간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건 부모의 품을, 집을 떠나려 하는 데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직면하는 사고는 머릿속 사고의 시작과도 같다. 불 앰버는 물 웨이드라는 완벽한 타자를 만나 자신의 정체성과 진정 원하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 새는 알을 깨고 나오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자아 안팎의 갈등은 현상 유지에 주저 앉게 하기도 하니까.

삶의 따뜻한 집을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버지와 가치관과 다른 길을 두고 망설이는 앰버에게 들려주는 한마디. “Let's start small." 이 말은 앰버라는 캐릭터에 명중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은 작은 불씨가 거센 불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닌가. ​


앰버와 웨이드가 웨이드의 집에 방문하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는 것 또한 집을 둘러싼 <엘리멘탈> 이야기를 선명하게 한다. 웨이드가 사는 곳은 중산층으로서 그의 계급을 드러내고 그의 가정이 보여주는 경계 없는 포용은 앰버네의 가게와 부모의 경계와 대비된다.

꼭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집을 떠나온 어른이라면 자신의 성장기와 포개어 겹쳐질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물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앰버처럼, 고작 우산 하나 손에 꼭 쥐고 새 길을 헤쳐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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