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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븐 Oct 28. 2024

호주 요리 유학을 선택한 이유 5가지와 영주권 현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영주권 도전기

내가 호주 요리 유학을 선택한 이유

나는 호주에서 요리 유학을 하고 셰프로 영주권을 취득했다. 워홀을 왔을 무렵에는 유학 후 이민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들을 정도로 유학원이나 이민 상담을 가면 항상 추천하는 영주권 루트였다. 워킹홀리데이를 지원했을 때만 해도 요리와 커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호주에 오면서 인생이 완전히 반대로 뒤집힌 것 같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며 좋아하는 걸 찾은 걸까 아니면 상황에 맞춰 적응한 걸까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다.


호주에 온 이유는 25년 동안 대학과 취업을 목표로 살아왔고 취직을 한 후에는 삶의 목표가 뚜렷하게 없어졌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일을 구하려면 선택권이 많지 않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주로 한국인들이 일하던 직종은 식당, 카페, 청소, 페인트였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비자 상태와 영어 의사소통의 수준이 현지인들과 경쟁하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카페에서 일하는 걸 목표로 호주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일한 경력도 없는 내가 바리스타로 일하는 걸 꿈꿨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리스타가 아닌 카페 스태프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일하면 커피도 만들고, 서빙도 하고 손님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카페에서 일하면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커피 만드는 걸 한국에서 미리 배우기도 했다. 


1. 카페 바리스타로 시작

하지만 한국 카페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었다. 커피는 만들 수 있는 직원은 바리스타이고 서빙만 하는 직원이 따로 존재하며 중간에서 일하는 올라운더도 따로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카페 바리스타, 올라운더 모두 지원하며 운이 좋게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생애 처음하는 직종이었고 전형적인 이과 성향이 강했던 당시의 나는 여러 변수에 의해 커피의 맛과 품질이 변하는 걸 배우며 커피에 관심이 깊어졌다. 그리고 바리스타 경험이 쌓이니 시급도 높아졌다. 이때 이곳에서 바리스타 또는 커피 관련 직업을 갖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 기한이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지나간 9개월이란 시간 동안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만 했다. 커피를 한창 배우고 있는 나로서는 한국에 가서 다시 바리스타로 취업하는 건 두려웠고 자신도 없었다. 급여도 한국보다는 훨씬 높았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간다면 바리스타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호주에 영주권을 목표로 남기로 결정했다. 


2. 영주권 따기 좋은 직업

호주 영주권을 목표로 잡고 상담을 하니 현실이 보였다. 바리스타로 영주권으로 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호주가 원하는 인재는 영어도 잘하고, 호주에서 학교도 다니고 기술도 있으며 영주권을 줬을 때 자기가 알아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1년 호주에 있던 사람 중에 그런 조건들을 갖춘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상담을 다니며 가장 많이 추천받은 루트는 유학 후 이민, 영주권이었다.


유학 후 이민은 호주에서 학교를 다닌 후 일을 한 후 영주권을 취득하는 루트이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무한대로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학교가 아닌 영주권에 유리한 학과들을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았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영주권에 도전하는데 원하지 않은 학과에서 공부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아 있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계획이었던 캐나다 유학을 다시 알아봤었다. 


3. 호주 요리 유학 시작

돌고 돌아서 결국 호주에서 바리스타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었고 카페와 가장 관련 있는 학과를 선택했다. 선택한 코스는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 루트에 유리했다. 2년짜리 디플로마 코스로 한국에서는 전문 학사로 통하며, 호스피탈리티 경영과 요리가 함께 포함된 과정이었다. 이렇게 코스를 정하니 학교를 선택해야 했다. 호주 유학을 알아보면 알겠지만 정말 다양한 학교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학비도 5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곳들도 있다. 학교가 가진 명성이나 커리큘럼에 따라 학비가 달라지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편이다.


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한 점은 비용과 커리큘럼이었다. 유학원에서 상담을 하면 여러 학교를 추천해 줄 것이다. 직접 알아보고 가지 않는다면 유학원에서 추천하는 학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알고 학교에 대해서도 사전 조사는 필수이다. 유학원에서 추천하는 학교와 자신의 목표와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학교에 대한 정보도 조사를 한 후 상담을 진행했다. 


4. 학교 선택 방법

요리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해 본 적도 없었지만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전통이 있는 요리 학교를 원했고 그렇게 멜버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William Angliss Institute를 선택했다. 유학원에서 이곳은 커리큘럼도 전문적으로 잘 되어 있지만 과제와 시험이 많고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다른 학교에 비해 더 필요하고 설명했다. 사실 과제나 시험이 다른 학교랑 많이 차이가 나면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학비도 다른 학교에 비해 비싸고 출석일도 많았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William Angliss Institute에 입학했다.


만약 주변에 William Angliss Institute에 입학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목표를 고려해 보길 권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영주권을 따고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유리한 방법인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선택했다. 하지만 학교는 요리를 전문으로 가르치고 호스피탈리티 학교로서 호주를 대표하는 곳을 선택했다. 입학하는 첫날부터 졸업하는 순간까지 매번 쉬운 과제나 시험은 없었고 대충 다닐 수 있는 학교는 절대 아니었다.


처음 함께 입학한 동기 중에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옮긴 친구들도 꽤 있었다. 입학 초기에 겪은 이 과정은 영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힘들고, 요리에 경험이 없어도 힘든 곳이었다. 시험과 실기 평가 과정이 매주 진행되며 통과하지 못하는 학생의 비율도 꽤 높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첫 학기는 바리스타로 이틀 일하고 나머지는 학교 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요리 경험이 이미 있는 동기들은 첫 학기와 두 번째 학기가 편했다고 했지만 경험이 전혀 없던 나와 다른 동기들은 2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5. 호주 셰프 경력과 영주권

실기 수업 때마다 담당 셰프 선생님은 나에게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요리는 그만두고 다른 걸 하라고 할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 열심히 했지만 남이 보기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한 꾸지람을 버티며 결국 담당 셰프 선생님과 잘 지내게 되었지만 초반에는 내 목표를 잊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학교를 다니는 초반 1년 동안에도 계속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했고 2년 차가 되던 해에 셰프로 일한 경험을 쌓아야 했다.


호주에서는 학교를 졸업하면 받을 수 있는 졸업생 비자가 있다. 요리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은 이와 관련하여 일한 경력이 있어야 졸업생 비자 요건 중 하나인 기술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바리스타가 아닌 셰프로 일을 바꿔야 했다. 이때 바리스타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셰프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다. 그래도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길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요리 학교를 다닌 지 1년 만에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처음을 있지만 나에게 처음은 어떤 것이든 쉽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하기까지가 일반 사람들에 비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적응 후에는 빠르게 일이 늘어서 다행히 지금까지 셰프나 바리스타로 일을 하고 있다.


호주 요리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유일한 학과였고 영주권을 최우선으로 뒀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최우선으로 뒀다기보다는 호주에서 바리스타라는 일을 기간 제한 없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심도 없었던 요리를 시작했고 학교에서 2년 그리고 셰프로서 3년 넘게 일을 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호주 요리 유학과 영주권의 현실

호주 요리 유학을 주변 지인들에게 들어보면 아직도 인기가 많은 영주권 코스인 것 같다. 나처럼 1년 워홀 후에 이곳에 더 있고 싶어서 상담을 다녀온 친구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호주 요리 유학을 권하며 따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 시기가 겹치면서 호스피탈리티의 인력이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셰프 인력난이 심해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영주권 따기가 쉬워진 것일까 따져봐야 한다.

비자 관련해서 일을 하거나 전문가도 아니지만, 호주에 7년 살면서 요리로 영주권을 쉽게 땄다는 사람은 만나본 적이 간혹 있었다. 약 10년 전에 영주권을 딴 사람들이다. 그때는 요구 조건이 간단했기 때문에 셰프로 일하면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셰프로 영주권 비자가 엎어졌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어도 쉽게 땄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1. 호주 비자 개정

나에게 호주 요리 유학 후 영주권 루트가 쉬웠던 건 아니다. 중간에 코로나가 겹치며 계획했던 기간보다 2년 넘게 길어졌었다. 원래 계획했던 목표는 요리학교 졸업 후 1년 동안 셰프로 일하며 독립 기술 이민 또는 주정부 이민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등장하며 주정부 이민의 조건이 경력 1년에서 3년으로 바뀌었고 비자 발급 속도도 현저히 낮아지는 듯했다. 학교 졸업 후 셰프로 일한 지 약 6개월이 되었을 때 코로나가 발생했고 외국인 신분이었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운이 좋게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서 코로나를 버틸 수 있었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기술심사, 영어 점수, 셰프로서 경력을 쌓으며 영주권을 준비했고 코로나가 끝나는 해에 190 비자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 해의 마지막에는 최소 점수 조건만 맞추면 셰프들에게 189 독립기술이민 초청장이 마구 쏟아졌다. 대부분 코로나 때 호주에서 준비하며 버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인상 깊은 날이었다. 높은 영어 점수와 다른 요건의 점수를 받기 위해 사용한 시간과 비용이 헛된 것 같아서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코로나를 버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2.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위한 준비

호주 요리 유학과 영주권에 대해 과거 이야기만 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상황이 특별했어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특히 호주 비자는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비자 관련 법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건 준비한 사람은 법이 바뀌어도 살 수 있다는 거이다.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는 극단적인 법 개정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 과정은 전혀 쉽지 않다.


현지 비자와 관련해서 평가하는 요소에 항상 영어 점수와 경력이 포함된다. 하지만 호주 요리 유학 후에 일하고 있는 셰프들이라면 영어 실력이 늘 수 있는 환경이 아닐 것이다. 일할 때 사용하는 영어는 한정적이기 때문이고 대화를 해야 하는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력적인 소모가 엄청난 일이기 때문에 일이 끝나고 영어 공부를 따로 하는 건 쉽지 않다. 이 쉽지 않은 것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 사람에게는 아마 계획된 대로 영주권을 취득하겠지만 영어 점수 때문에 영주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목표를 분명히 하기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비자에 필요한 영어, 기술심사 등을 미리 준비하고 셰프로 경력을 쌓으며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이 호주에서 원하는 영주권자의 조건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조건에 맞춰야 한다. 나와 함께 학교를 졸업한 동기나 셰프로 일하는 동료들 중에서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목표로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주변에 셰프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율을 생각해 보면 내가 처음 요리 공부를 같이 시작했던 사람들 중 호주 영주권을 5년 안에 딴 사람은 10%도 안된다라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주권을 딴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 것이지 성공률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3. 호주 요리 유학 결정 전 고려사항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말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호주 요리 유학 후 이민을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고민한 부분들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황을 겪기 전에 간접 경험을 통해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오직 영주권을 위해 선택하는 호주 요리 유학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 셰프로 일하고 공부도 병행하며 이런 노력을 내가 한국에서 했던 일에 쏟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편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원하지도 않았던 셰프로 일하느라 바리스타 일을 결국엔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영주권 하나만 보고 내 인생을 허비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이 과정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20대에 분명한 목표 하나만 보고 포기하지 않고 몇 년을 지내며 결국 이룬 경험은 허비했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이때의 경험은 또 다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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