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는 홈카페 용품들을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를 사기 전에도 집 안의 한 공간은 커피 용품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1년 넘게 다른 일을 했던 적이 있다. 그 기간과 코로나 기간이 겹치면서 특히 더 홈카페 용품에 욕심을 냈었다. 지금은 다시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5일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브루잉 용품들을 사용하는 날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를 왜 구매하게 되었는지 알려 주겠다.
내가 이 모델을 구매한 이유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는 커피의 나라답게 바리스타 대회들이 활발하게 개최된다. 나는 호주에서 5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대회에 출전해 보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회 연습을 시작했고 연습을 위해서는 매번 일정하게 추출할 수 있는 추출 기계가 필요했다. 커피 추출 머신 중 가장 많이 추천받는 모델이었다.
그래서 여러 회사의 드립 커피 머신의 기능과 가격을 비교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다. 디자인적으로 먼저 끌렸던 머신은 모카마스터였다.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드립 커피 브랜드로서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모카마스터를 구입하려 했었다. 하지만 가격이 더 저렴했고 또한 기능적인 면에서 훨씬 앞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브레빌을 선택했다.
두 머신을 비교하면 모카마스터는 클래식한 버전이라고 한다면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는 최신 기술을 선두 하는 MZ버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호주에서 구매할 때 $100 이상 저렴했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나는 대회 준비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변수를 조절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에서 프리시전이라는 말은 한국어로 정밀, 정도, 정확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모델명 자체에 정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뜻은 이 머신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정밀함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프리시전이라는 단어를 제품명에 넣은 이유는 추출할 때 필요한 요소에 대해 정밀도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원두의를 추출할 때 맛의 변화를 주는 요소는 온도, 물의 양, 물과 커피가 닿는 강도와 시간 등이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같은 원두라도 맛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정확하게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온도를 설정하면 대략적인 온도를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정확한 온도를 일정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온도와 관련하여 이 제품에서 업데이트된 기능은 PID 온도제어 기능이다. 이 기능을 사용함으로써 추출의 정밀함을 높일 수 있었다.
PID 온도제어 기능이란 불필요한 온도 제어 과정을 줄이면서 빠르고 정밀하게 원하는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능이다.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의 장점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에 PID 온도제어 기능이 탑재되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 반대로 온도제어 기능이 없을 경우 원하는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며 온도 제어를 위해 지속적으로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반복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 기능은 상업용 커피 머신에 장착된 기능이었지만 요즘에는 가정용 머신에도 사용되고 있다.
내가 선택한 브레빌 프리시전은 현재 시중에 출시된 머신 중에서 가장 최신 기능을 다양하게 탑재된 제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은 Gold Cup, 마이브로, 푸어 오버 기능이다. 3가지 기능 모두 가정에서 홈카페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기능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첫 번째 대표 기능은 Gold Cup으로 골드 컵 기능으로 부른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기계가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인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제공하는 표준에 맞춰서 자동으로 균형적인 추출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원두와 물을 넣고 Gold Cup 버튼만 선택해 주면 브루워가 자동으로 물의 온도과 브루잉 시간을 조정해 준다.
나는 Gold Cup 기능을 가장 자주 사용한다. 물의 온도 또는 브루잉 시간을 신경 써서 설정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설정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원두의 특징을 살려 최고의 맛을 추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버튼 한 번으로 원두의 균형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마이 브루 기능은 내가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 구매 결정을 할 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다른 드립 커피 메이커의 경우 온도 조절도 쉽지 않고 뜸 들이는 시간이나 추출 유속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는 제품이 다수였다. 하지만 브레빌은 모든 변수들을 쉽게 조절할 수 있었고 정밀하게 숫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마이 브루 기능으로 직접 바꿀 수 있는 변수는 3가지가 있는데 뜸 들이는 시간, 추출 온도, 유속이 포함된다. 우리가 직접 드리퍼를 이용해 조절할 수 있는 요소는 대부분 표함 되어 있다. 온도에 따라 수율과 맛의 특징이 바뀔 것이고 유속과 뜸 들이는 시간에 따라 추출되는 맛의 정도가 변화한다. 또한 변수를 변경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는 재미가 있다.
나의 경우는 요즘 유행하는 무산소 커피 원두를 추출할 경우는 추출 온도를 낮게 설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로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원두의 경우는 뜸 들이는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잡아 되게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원두의 특징을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이 마이 브루 기능이다.
제품을 구매하면 제공되는 용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푸어 오버 기능을 사용하려면 푸어 오버 어댑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이 기능은 이미 집에 드립 커피를 자주 만들었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능이다.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드리퍼를 넣고 자동으로 드립 커피를 만들어 준다. 사람이 직접 내리는 드리퍼는 유속이나 물줄기의 굵기를 정밀하게 조절하기 어렵지만 기계가 내리는 드립 커피의 경우는 일정한 유속과 물줄기가 유지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하는 변수가 적어지는 장점을 갖는다.
만약 집에서 드리퍼가 없다면 굳이 푸어 오버 어댑터를 살 필요는 없다. 푸어 오버 기능을 사용하려면 개인 드리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따로 사서 이 기능을 사용할 이유까진 없다는 뜻이다. 이 기계의 장점인 Gold Cup이나 마이브루로 충분하다.
나는 호주에 오기 전 브레빌이란 회사는 낯선 외국 회사에 불과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브레빌이 공식적으로 진출한 것은 2022년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주방 용품 회사는 아직 아닐 것이다. 브레빌은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호주 주방 용품 브랜드 중 하나이다. 사실 주식 상장까지 되어 있는 호주 대기업이었다. 호주에서는 홈 에스프레소 머신 중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회사 제품의 디자인이 예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투박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디자인이 조금씩 변화하며 젊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호주에서 브레빌은 주방 가전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비싸지만 품질이 우수하고 기능이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브레빌 프리시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원하는 기능만 모아둔 모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믹서기, 오븐, 전자레인지, 피자 메이커와 아이스크림 메이커 등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커피에 진심인 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최근 사업 행보를 보면 관련된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네스프레소와 협력하여 커피 머신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커피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2020년에는 커피 그라인더 회사인 Baratza라는 회사를 인수한다. 한국에서는 Baratza는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로 유명하다. 그런 후 가장 최근인 2022년 Lelit이라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에서 홈커피 머신으로 브레빌이 가장 많이 추천된다. 프로페셔널한 기능도 탑재되어 있고 사용법도 편리하다.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서 선택권도 넓다. 또한 호주 내에서 인기가 많은 만큼 사용법이나 문제해결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를 사용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컵 테이스터스 대회를 준비하기 전 몇 달 동안은 거의 매일 5번 이상씩 추출하였다. 추출 시간이 빠르고 정밀도가 높았기 때문에 컵 테이스터스 연습을 할 때 전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회 준비 말고 일상에서 내가 이 기계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였을까.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집에 이미 드리퍼를 포함한 추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 먹을 양을 내릴 때는 브루어 머신을 사용하기보다는 드리퍼로 내려 먹는 게 원두의 맛도 더 잘 표현되고 간편했다.
하지만 집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2인 이상이라면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는 매우 유용하다. 또는 집에서 일을 하게 되는 날에는 드리퍼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대용량을 빠른 속도로 추출할 수 있고 GOLD 기능을 사용하면 원두의 맛도 균형 있게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추출된 커피는 보온병 바로 추출되어 장시간 동안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명 이상 먹거나 하루 종일 보관하며 먹는 경우에 매우 유용했다.
가정용 커피 머신을 고를 때 나는 머신 청소가 쉬운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도 청소하기 불편하면 결국 사용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 제품은 보온병 구멍이 넓어서 세척하기도 편했고 물이 나오는 샤워헤드도 닦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관도 스테인리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균 증식 걱정이 없으며 필요할 때마다 부드러운 물티슈로 닦아주면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머신은 물에서 나온 석회질 등의 물질들이 내부에 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하다. 이 청소를 할 수 있는 기능도 머신에 있기 때문에 청소 용이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조금 실망했던 기능은 콜드브루 기능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콜드브루의 기능보다 조금 더 단순한 형태라서 실망을 했었다. 브레빌이 콜드브루 기능에서 사용하는 추출 방법은 침출식이다. 침출식 추출 방법은 원두에 물을 담아놓고 추출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국에서 담금주를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침출식 방법은 굳이 기계가 없어도 밀폐용기에 원두와 물을 담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콜드브루 기능을 사용하려면 추출 설정 시간 동안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타이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브루잉 머신을 켜놓고 있어야 한다. 타이머로 설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커피를 보온병에 내려주면 끝난다. 콜드브루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왔던 나는 타이머를 유지하기 위해 굳이 전기를 낭비할 필요가 없게 느껴졌다. 내가 예상했던 콜드브루의 기능은 물이 시간마다 분배되어 나오는 점적식을 예상했었다. 점적식이 아니라면 굳이 기계에 의존해서 추출하는 동안 계속 켜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기계 없이 콜드브루를 만들 때는 밀폐용기에 12시간 정도 원두와 물을 함께 담가 놓는다. 12시간이 지나면 밀폐용기에 담겨 있던 원두 가루와 커피를 필터 페이퍼를 이용해 걸러주면 완성이다. 침출식과 다르게 점적식은 콜드드립 메이커라고 해서 따로 메이커를 구입해야 한다. 물을 조금씩 떨어 트리며 원두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접촉하며 추출하는 방식이다. 만약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어에서 점적식 같은 콜드드립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또는 물이 분사되는 양을 시간 별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춘 콜드드립 레시피를 만들기도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브레빌 프리시전 브루잉 머신을 6개월 동안 사용하며 느낀 점은 없을 때는 모르겠지만 있다가 없으면 안 될 제품이었다. 특히 나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브루잉 머신을 더 애용하게 되었다. 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장인의 핸드 드립 기술이 없어도 일정하게 맛있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점과 온도와 추출 유속 등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반대로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집에서 드립 커피를 먹고 싶은 사람들이 기술도 필요 없이 버튼 한 번 눌러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요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되는 커피에 카페스톨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커피를 줄이려고 한다면 드립커피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참고로 건강을 위해 이런 카페스톨의 함유량을 줄이려면 종이 필터를 사용하여 커피 기름을 걸러주는 드립 커피를 추천한다고 한다. 하지만 드립 커피에는 카페인 함유량이 더 많이 포함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