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Aug 22. 2017

#92

연재소설

해가지면 식당 난로 주위로 둘러앉는다. 주인장은 곧 땔감을 가지고 와서 불을 피운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난로 주위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일정이 비슷한 이가 있어 간혹 같은 숙소에 머물기도 했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도 한두 번 마주친 사람과도 서로 얘기하며 밤을 보낸다. 트레킹 이야기를 시작해 여행 얘기, 사는 얘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오고 간다. 깊은 사적인 얘기는 하지 않지만 앉아 있는 시간 동안은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고 간다. 빨래를 자주 할 수 없어 난로에는 양말과 티셔츠 수건을 말리느라 한자리를 가득 채우는데 종종 꼬랑내가 진동했다. 행색도 다 같이 남루해 있은 상태라 개의치 않지만 간혹 냄새에 힘 겨울 때도 있다.


보통의 저녁시간은 6시에서 6시 반 사이였다. 규칙과도 같이 저녁 주문은 미리 했고 그 시간이 되면 숙소에 있는 트레커들은 전부 나와 있었다. 7시도 넘은 시각 인도 사람처럼 보인 둘이 달밧을 시켜 먹었다. 저녁을 다 먹은 후 그들은 난로 근처로 왔다.

눈이 마주쳐 기주가 그들에게 인사했다. 인도 사람이냐고 물었지만 네팔 사람이었다. 네팔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국가였다. 하물며 무진은 종종 네팔 사람으로 보였는지 현지 사람들이 네팔어로 말을 붙이기도 했다. 남자는 학교 선생님이었고 여자는 간호사였다. 2년 전에 결혼을 했고 4일간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쿰부 지역에 온 것이었다. 무진과 기주의 출발한 파블루 공항에서 루클라 공항에 오늘 도착했다고 했다. 내일은 남체까지 올라가 하룻밤 자고 다시 내려온다고 했다. 휴가가 길다면 본인들도 더 올라가 싶은 마음이 있지만 시간이 짧아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야기가 더 길어졌을 때 타카가 제안했다. 내일 카트만두로 가면 헤어질 텐데 마지막 밤에 간단히 술 한잔 하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다. 네팔 커플을 포함해 5명이 함께 로컬 식당에 들어가 창과 탄두리 치킨을 주문했다.


선생님인 그는 영어교사였다. 그녀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공부했고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고 했다. 미국을 떠나 다시 네팔에 들어온 이유를 물으니 선생님인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으로 같이 가는 게 어떻냐고 물었지만 네팔에서 머물 거라고 했다. 여행 삼아 갈 순 있고 또 언젠가 떠날 수 있지만 당분간은 네팔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타카는 내일 내려가면 이틀 쉬고 다시 이곳에 온다고 했다. 단체팀이 예약을 했고 가이드 3명과 포터 6명이 함께 움직인다고 했다. 한 달에 집에 머무는 시간은 열흘 남짓, 특히 시즌에는 더 바쁘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모아서 롯지를 만들 거라고 했다. 그것이 그와 그의 가족의 꿈이라고 했다. 70프로 달성했다고 했다. 3년 후면 본인의 롯지가 생길 거라며 그때 찾아오라고 했다. 숙박비는 받지 않겠다며. 남체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기주는 세계여행 계획을 말했고 무진은 네팔 여행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 사이 창 두병을 마셨다. 9시가 다 되었다. 잠들기에 기분좋은 피곤함이 왔다. 마지막 잔을 건배로 서로에게 행운을 빌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9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