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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21. 2017

#91

연재소설

진흙이던 땅도 말랐다. 비에 젖었던 땅이 모두 말라 이제는 아지랑이가 보였다. 팍딩을 지나자 기온은 다시 올랐고, 이제 고지대에서 느꼈던 차가운 바람은 여름철 열기로 가득 찼다. 밤이 되면 찬 바람이 불겠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는 여름 날씨가 계속될 참이다.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진 곳에서 쉬면 시원했다. 팍딩에서 속도를 높여 루클라에는 4시에 도착했다. 기주는 술기운에서 벗어났다. 반팔 반바지 차림이던 무진은 땀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하루도 걸리지 않은 시간 반나절만에 겨울과 여름을 보냈다. 눈 덮인 설산은 루클라에서도 보였지만 아주 멀리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그곳은 이제 너무 멀리 와 있었다.


고락쉡에서 5일 만에 내려온 루클라는 문명에 혜택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호텔, 롯지, 레스토랑, 슈퍼, 바,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든 가능했다. 아이들은 뛰놀고 있었고, 어른들은  줄담배를 피며 지나가는 트레커들을 쳐다봤다. 카페와 식당엔 사람들이 많았다. 사연이 많은지 고개가 연신 흔들렸고 웃음이 보였으며 탁자엔 커피가 사람 수대로 있었다. 어떤 이는 케이크를 먹고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보였다. 트레킹이 끝난 것일 수도 이제 시작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끝난 것처럼 보였다. 떠난다면 내일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로 내려갈 사람인 게다. 타카는 공항 근처로 숙소를 안내했다.


숙소 1층 테라스에서 공항 활주로가 보였다. 500m 미터 남짓한 활주로는 경사가 심했다. 짧은 활주로 탓에 이륙과 착륙에 용이하게 만들었다. 활주로 끝 부분은 절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라던 말은 사실처럼 보였다. 오래전 비행기 사고도 있었다고 했다. 낡은 비행기, 탑승인원은 많아야 20명 기장 부기장 승무원을 포함한 인원이었다. 가장 앞에 앉게 되면 기장이 조종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숙소는 깨끗했고 화장실 변기는 좌변식이었다. 샤워실은 지하에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샤워실로 직행했다. 머리만 감아도 소원이 없겠다 되뇌었던 지난날,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에 기주와 무진은 마주 보며 웃었다.


테라스에 나왔다. 네팔인들, 서양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있는 해는 마지막까지 햇빛을 주어 테라스에는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온기가 가득한 테라스에는 네팔 음악이 흘렀다.

네팔인들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맥주 마시던 서양인들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췄다. 무진은 식당에 들어가 맥주 두병을 사 왔다.

 

-건배.  캬~. 이 맛이로구나.  

-시원하다~~


구름은 산을 드문드문 가렸고 해는 산 너머로 도망갔다. 남아있던 빛은 더욱 붉어졌고 루클라에는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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