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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19. 2017

#90

연재소설

-좋다. 다 좋다. 걷고 있는 지금. 네팔에 있는 지금.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지금. 술 마시고 걷는 지금.

그냥 다 좋다. 요놈 참 요물이네. '창' 이라는 놈.음료수 같은게 많이 마시니까 술 기운이 올라오네.  

되게 낯선거 알아?. 낯설어. 낯설다. 한국이 아니야. 네팔이야. 산이라고 할 수 없어. 그냥 길을 걷는 거니까. 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할 수 없어. 그냥 길을 걷는거니까. 오전에는 눈길을 걸었어. 눈 속에 파뭍혀 있고 싶었는데, 갑자기 눈이 사라졌어. 눈은 안보이고 흙만 보여. 땅은 질척거려. 등산화에 진흙만 묻었어. 그런데 이상해. 다 좋아. 왜 좋은지 모르겠어. 내가 취했나..., 좋은 걸 뭐. 다 좋은걸. 이 길도. 지금 이 순간도. 내 흔적이 저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모두 다 사려졌음 좋겠어. 내 흔적은 사라지길 바라지. 그곳은 가만히 있을텐데 시간도 흔적도 왠지 그곳에 있을것 같은 기분 아니?. 지울수 없어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볼때도 있는데,  그냥 날 믿을려고.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마음속엔 모든게 다 소중해.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의미도 없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술 취한 모습 오랜만에 본다. 기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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