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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25. 2017

#94

연재소설

도시가 뜨거웠다. 9시도 되기 전이지만 이미 들끓고 있었다. 공항은 북적였다. 비행기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택시 기사들이 달라 붙었다. 사람들을 놓치기 싫은지 끈질기게 잡고 늘어진다. 먹고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도, 여행자 거리로 가야하는 우리에게도 이 상황은 딱 들어맞은 퍼즐처럼 시간별로 장소별로 모든것이 맞아 떨어졌다.


루클라에서 같이 타고 온 서양인과 택시를 합승했다. 타멜거리로 간다는 그의 말에 무진과 기주도 합세했다. 국내선 터미널에서 타멜거리까지 거리감각이 무던해졌다. 네팔에 처음 도착했을 때 타멜거리까지 500루피에 왔다. 택시 기사는 700루피를 불렀다. 덴마크인 아저씨는 타고 가자고 했다. 350루피 괜찮은 딜이었다. 덴마크에서 온 아저씨는 남체에서 두달을 살고 내려오신 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는 다시 남체로 가고 싶다고 했다. 비자 연장을 위해 내려오신 아저씨는 일주일 후 다시 남체로 떠나신다고 했다. 남체는 매력있는 산 동네였다. 일주일 혹은 보름 남짓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두달이라니.., 대단하다기 보단 무언가 본인만이 느낀 매력이 있을터였다.


도시의 도로는 매연과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락숀 소리.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있지만 선만 그어져 있을 뿐 심지어 중앙선도 그저 선에 지나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의 카트만두 도로는 교통체증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익숙한 길이 보이고 곧 타멜거리로 들어가는 작은 골목길이 눈에 들어왔다. 타멜 거리에 들어서자 먼저 셈을 지불하고 무진과 기주는 내렸다. 초반에 묵었던 숙소를 향해 기억을 더듬어 걸어갔다.


거리엔 행상인들, 영업하는 사람, 여행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릭샤꾼들은 소리를 질러대며 어디가냐 어느 나라에서 왔냐며 골목에 메아리를 울렸다. 트레킹 에이젼시에나온 젊은이는 기주앞에 다가서더니 산에 올라가려면 가이드가 필요하다며 자기네 에이젼시에서 구하라고 한다. 환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얼마에 해줄거냐고 묻자 1달러 109루피까지 쳐주겠다고 말했다. 환전소에서도 107-8루피였으니 좋은 조건이었다. 숙소를 먼저 구하고 환전을 하러 갈테니 명함을 달라고 했다. 젊은이는 명함을 건네주며 가이드가 필요하면 꼭 오라며 다시 뒤돌아 다른 여행객에게 영업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데스크에서 근무하던 이가 무진과 기주를 알아보며 잘 다녀왔는지 물었다. 다녀온 모든 곳을 일일이 설명하느라 10분이 흘렀다. 일면식이 있다고 가격 흥정을 하지 않고 500루피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타월과 비누가 침대 끝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엔 휴지가 있었다. 화장실 겸 샤워실에는 오래된 시멘트 냄새가 났다. 냄새에 익숙해지고나니 이제야 도시와 적응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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