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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27. 2017

#95

연재소설

3주만에 맛본 한식은 그야말로 입에 착 달라붙었다. 뷔폐에 온것 마냥 요리 너댓가지를 시켰다. 제육볶음, 김치볶음밥, 닭강정, 보쌈과 콜라 두병을 금새 먹어치웠다. 식당을 나와 치킨롤 파는 곳으로 가서

그자리에서 하나를 또 해치웠다. 위가 가득차고 살것 같은 기분에 그제야 도시에 온 기분이 났다. 산과 도시의 차이는 건물의 수에서 가장 도드라지지만 무엇보다 식당의 갯수 차이가 컸고  기분 탓인지 산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났다.


아침부터 포식에 지친 몸 상태로 숙소로 다시 들어가 밀린 잠을 청했다.


-몇시야?

무진이 일어났다.

-지금 4시

-잠을 얼마나 잔거야?

-5시간은 넘게 잤을껄.

-오래도 잤네.

-완전. 꿀잠.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갈래?

-맛있는거 먹자.


그렇게 먹고도 다시 배가 고픈걸 보니 기초대사량이 높아진게다. 3주간 걸었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소화가 아주 빨랐다. 에베레스트 스테이크하우스 갔다. 스테이크와 맥주를 시켜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려 코코넛 빵과 시나몬 롤을 샀다.


-내일은 뭐할까? 잠잘까?

-배고프면 나가고 침대에 누워 있을꺼야. 디비적 거릴꺼야.

-영화나 볼까. 영화 몇편 받아왔잖아. 영화보고 배고프면 밥 먹고 시체놀이 하는거지.

-거 좋네. 내일 쉬고 모레 포카라로 넘어가자.

 가서 쉬자. 일주일 정도 쉬면 체력 회복하겠지.


정말 시체놀이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빵 먹고 다시 자고 영화 한편 보고 점심먹고 다시 잤다. 저녁엔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6시 출발 예정이었다.


도심의 새벽은 매연과 먼지에 뒤덮힌 카트만두를 깨끗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침부터 바쁜 네팔인들은  어디를 가는지 움직이는 사람이 길거리에 많았다. 좌판에는 짜이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보였고 날이 추운지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었다. 아침의 추위는 산과 비할바 아니지만 쌀쌀했다. 해가 뜨고나면 도시의 열은 꽤 뜨겁지만 공기는 차가웠다. 건조한 기후인지 뜨겁기도 차갑기도 한 겨울날씨는 감기 걸리기 딱 좋았다.


포카라로 가는 버스는 10대정도 있었다. 그중에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7번째 버스였다. 일찍 도착한 탓인지 버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헬퍼는 배낭을 달라며 손짓했고 배낭은 버스 뒷편에 실렸다. 승용차 트렁크보다 5-6배는 큰 공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빈좌석이 반이나 남았지만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만석으로 달리 예정인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사람들을 태웠고 30분도 되지 않아 버스는 만석으로 변했다.

화장실을 다녀올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버스는 그 시간에 맞추어 간이 휴게소에 들렸고 끼니때가 되면 밥 먹기 위해 버스를 세웠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200km 남짓 거리이지만 도로가 좋지 못하며 포카라까지 가는 길은 하나, 게다가 고개길을 가야하는 도로 사정상 평균 8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점심 식사 후 출발하고 곧 차가 멈췄다. 10분이 30분이 되고 1시간이 흘렀다. 헬퍼에게 물어보니 앞쪽에 사고가 났다고 했다. 사고처리가 완료되야 움직일 수 있다고, 언제 다시 출발 할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3시간 지나서야 마비되었던 도로가 풀렸다. 작은 마을을 여러번 지나자 큰 도시가 보였다. 5거리를 지나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어디? 레이크사이드? 택시? 택시?


몽롱한 정신상태에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기도 전에 택시 기사들이 영업을 했다. 쉴새 없이 떠드는 통에 귀가 아플지경이었다. 무진은 레이크사이드를 얼마에 갈수 있냐고 물었다.


-700루피.

-말같지 않은 소리 하지마. 내가 들었어. 300루피면 갈수 있잖아. 300 아니면 걸어갈꺼야

-너희 올데까지 얼마나 기다린줄알아? 500루피


듣고 있던 기주가 웃었다. 누가 기다리라고 한걸까. 아니 왜 기다렸다고 말했을까. 어이없는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에 기사도 무진도 같이 웃었다.


-누가 기다리래? 사장이 그래, 기다리라고? 어의가 없네 진짜. 내가 기다리라고 한적도 없어.

-오케이 300루피.

무안한지 택시 기사는 300루피를 불렀다. 헛탕 치는것 보다야 손님 태우고 가는것이 그에게도 이득이었다. 레이크사이드는 걸어서 가기에도 그리 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나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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