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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29. 2017

#96

연재소설

네팔의 휴양지 포카라는 거리에도 상점에도 휴양하러 온 기운이 돌았다. 몸만한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숙소를 찾느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페와 호수를 따라 걸었다. 강을 마주보고 루프탑에서 식사를 하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맥주를 마셨다. 해가 거의 저무는데 너무 짙은 선글라스가 아닐까 괜한 걱정을 했다.


예약한 숙소는 레이크사이드 끝자락에 있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였다. 흰색에 4층짜리 건물. 숙소 1층엔 아무도 없었다. 여행자 숙소답게 책장에 여러 여행책과 에세이 서적이 눈에 띄었다. 벽에는 각종 등산장비가 쌓여 있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거점 도시라는게 숙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쇼파에 앉아 그동안 여행자들의 흔적을 느끼며 쉬고 있었다. 주인 내외분이 오셨다.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인도?

-저희 카트만두에서 왔어요.

-버스타고?

-네. 3시쯤 도착인데 늦었네요.

-그러게. 보통 그쯤이면 도착하는데.

-중간에 사고가 났나봐요. 3시간 대기 하다가 출발했어요.

-그랬구나. 물좀 줄까요? 시원하게.

-네. 감사합니다. 목이 좀 타네요.

-카트만두에서 바로 온거에요?

-쿰부 트레킹 하고 넘어왔어요. 여기서 며칠 푹 쉬다가 안나푸르나 트레킹 하러 가야지요.

-추웠을텐데. 위에 많이 춥죠?

-춥기 하던데요. 고락쉡 올라가니까 장난 아니던데요.

-칼라파타르 베이스캠프 다녀왔겠네요.

-네. 베이스캠프는 고산병 때문에 중간까지만 가구요. 칼라파타르는 뷰 포인트까지. 대신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랑 낭가르타샹 두군데 더 다녀왔어요. 사실 3패스 하고 싶었는데 위험하다고 해서 다음에 가려구요. 욕심내서 갔다가 괜히 큰일 당할지도 모르고...,

-그래, 이번만 날도 아니지. 쿰부 다녀왔으면 안나푸르나는 편하겠네.

-그래요?

-그쪽보다 높지 않지. 기간도 짧고. 아니면 라운딩코스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2-3주정도 넉넉히 시간 잡고 가면 괜찮을거야.

-그래도 되겠네요. 라운딩 괜찮겠는데. 시간도 좋고.

-그래 얼마나 생각하고 여행하는 중?

-아직 정한 건 없는데 우선 3개월 비자 받고 왔어요. 저는 네팔 끝나고 다른 나라로 가구요. 이 친구는 한국으로 들어가요.

- 아 진짜? 부부 사이 인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긴 하죠. 괜찮아요.

-저녁은? 아직 못 먹었겠네. 저기 흰색 건물 보이지? 저기 우리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가서 먹어. 탕수육 맛있어. 다른것도 다 괜찮고.

-진짜요? 가서 먹어야겠다. 카트만두에서 포식 했는데 여기서도 포식하겠네요.


방은 호수가 보이는 방과 보이지 않는 방으로 구분되었다. 호수가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도 내부에 구비되어 있고 무엇보다 발코니에서 보는 호수 뷰가 아름다웠다. 이곳이라면 편히 쉴수 있겠다. 노을이 지고 있어 석양빛이 가득했다. 호수에 반영된 레이크사이드 건물들이 보였다. 조용하면서도 적당한 소음이 있었고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들렸다. 오토바이, 차 소리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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