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Aug 31. 2017

#97

연재소설

-좋은데, 좋아. 뜨거운물 곧 끝날것 같애. 얼른 씻어.

기주가 머리를 말리며 말했다.

-시원하게 하지뭐. 따뜻한데 여기는.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네팔음악이 흘렀다. 인도 음악풍과 비슷했다. 경쾌하고 범접하기 쉽지 않은 음악이지만 신나는 음악임에는 분명했다. 식당안에 들어가자 몇몇 한국사람들이 보였고 서양인들도 더러 있었다. 삼겹살을 먹는 사람, 네팔 정식인 달밧을 먹는 사람, 맥주를 마시는 사람, 차 마시는 사람 등등 다양했다.


-메뉴에 한식도 엄청많네.  탕수육이 맛있다고 하셨으니까 탕수육 하나 시키고, 밥을 좀 시켜야겠지. 김치볶음밥도 맛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김치볶음밥, 제육덮밥 먹어보자. 어떻게 맥주도 같이 마실까?

-콜.


탕수육은 양이 엄청났다. 탕수육 한점을 기주가 먼저 입에 넣었다. 몇번 오물거리며 씹더니 엄지를 치켜세운다. 동공이 커지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무진도 입에 넣었다. 엄지를 치켜세운 이유를 알았다는 듯이 무진도 머리를 흔들었다. 김치볶음밥도 제육덮밥도 입맛에 딱 맞았다. 소리없이 건배로 맥주캔을 부닺히며 벌컥 벌컥 마셨다. 시원한 목넘김과 탄산이 절묘하게 섞인 맥주도 일품이었다. 무엇을 먹은들 맛이 없진 않았겠지만 포카라에서의 첫 저녁은 성공이었다. 탕수육을 다 먹자못해 포장을 했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 서너캔을 사왔다.


숙소 1층에 당도하니 그동안 만나지 못한 한국인들이 전부 이곳에 있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쇼파에 다들 앉아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듯 했다. 목인사, 소리인사를 함께했다.

무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안주가 좀 적긴 하지만 맥주도 있고 술 한잔 같이 하실래요?

 인원수에 비해 맥주가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사오면 되니까요.

-그럴까요. 안그래도 술을 좀 할까 했는데 마침 오셨네요. 쿰부 다녀오셨다고 사모님이 말씀 하시던데요.

쇼파 제일 안쪽, 벽과 가장 가까운곳에 앉아계신 이가 말했다. 턱수염이 좀 있으셨고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계셨다. 기주가 답했다.

-네. 그쪽 다녀오고 하루 타멜에 있다가 왔어요. 이상하게 몸이 근질근질 하네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다시 올라가고 싶은거 있죠. 바로 올라가진 않을 거지만요.

-산타는 체질인가보네. 한국에서도 산 탄적 있죠?

그 옆자리에 앉아계신 중년의 남자분께서 말을 이었다.

-간혹 산에 가긴 했죠. 자주는 못가도.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이름난 산은 그래도 다녔어요.

-체력이 뒷밭침 해야지, 안그럼 힘들어서 안돼요. 고도도 높은데.

중년의 남자분께서 말을 받았다.

-대단하시네요. 들어보니까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5천미터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하던데 고산병은 안왔어요?

틈사이에 앉아계신 여자분이 물었다.

-전혀 없진 않았어요. 어디더라,, 고락쉡인가 거기서 칼라파타를 올라가는데, 얘가 어지러워해서 그리고 두통도 있었고 그때 다 올라가진 못하고 중간 포인트 거의 끝지점 거기까지만 가다가 내려왔죠.

-네. 진짜 처음 느껴봤는데, 무섭더라구요. 고산병이라는거. 순간 너무 어지러운데 이러다가 쓰러지겠구나 예감했어요. 그래서 내려가자고 했는데 가이드가 뷰 포인트 거의 다 왔으니까 거기만 가자고 그리고 내려가자고 그래서 갔지요. 진짜 혼났어요. 무서워서.

무진이 그때를 생각하며 답했다.

-이제 라운딩 아니면 abc 가시겠네요.?

-네. 며칠 쉬었다가 가야죠. 아무래도 라운딩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abc도 같이 다녀올수 있으니까. 아. 이럴게 아니라 맥주부터 먼저 사서 올까요?  


맥주는 인당 두병씩 마실 수 있게 사왔다. 안주는 특별히 필요치 않았다. 안주거리할 여행 얘기로도 그 자리는. 충분해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9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