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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30. 2017

#120

연재소설

지독한 감기였다.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걷는 동안 기침하지 않은 순간을 세어보는 게 더 빨랐다.

마르파 마을을 지나면서 기주는 감기에 걸렸다. 마르파에서 애플 브랜디를 마셨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했다.

기주는 밤새 춥다고 했다. 기주는 잠도 못 잤다. 챙겨온 약이 있었지만, 약발이 들지 않았다.

감기는 점점 심해졌다. 머리에 열이 났고 밥도 먹지 못했다. 그렇게 3일을 걸었다. 버스를 타고 가자 했지만 걷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만 해도 우리 충분히 했다고 걸을 만큼 걸었다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기주는 계속 걷고 싶어했다.

타토파니에 도착했을 때 기주는 이틀 밤낮을 계속 잤다. 때가 되면 잠깐 일어나 밥을 먹고 잠들었다.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끼니때마다 스테이크를 먹었다. 몸이 호전됐는지 살겠다는 눈빛이 보였고 기주는 말했다.

“어지간하지?”

약도 들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가자 해도 한사코 거부했던 기주였다.

그런 그녀가 겨우 살아났다.

“말 좀 들어라. 말좀.”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겠지. 이제?”

“뭘?”

“지금 너의 기분 말이야. 내가 항상 그랬어. 네가 뭘 할 때마다. 어지간해야지 진짜.!

  적당히 하는 걸 몰라. 너는 뭐만 했다 하면 끝장을 보려고 하잖아. 내가 그럴 때마다 얼마나 속상해했는지 네가 알기나 하니.

상처만 주고.”

“몰랐네. 미안하다…. 그래도 그렇지. 아픈 애가 그렇게 걸으면 되니?”

“너도 한번 당해보라고 그랬다 왜.”

“너나 나나 똑같다.”

“이제 됐어. 속이 다 시원하네. 맥주 한잔할까?”

“살아나셨구나.”

“마셔줘야지.”

기주는 다시 살아났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좋았다.

우리는 abc트레킹을 위해 고레파니로 이튿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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