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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Nov 07. 2017

#121

연재소설


인상이 좋아 보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삶이 고단하지 않아서일까, 그래 보이지 않았다. 선한 얼굴이라서 믿음직스러웠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살아온 방식에 빗대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레파니 둑체뷰 숙소에서 만난 주인장은 인상이 좋아 보였다. 큰 마을은 집이 많아야 인구가 많아야 큰 마을 같아 보였지만 고레파니는 작지만 옹골찬 데가 있었다. 큰 도시 포카라에 비해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큰 마을처럼 느껴졌다. 어딘지 마음이 동했다. 선한 주인장 덕분에 그래 보였는지도 모른다. 주인장은 한국에서 3년을 보냈다고 했다. 식당에서 요리했다고 했다. 김치를 직접 만들었다고 맛을 보라고 주방으로 우리를 불렀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인 식당이 아닌 곳에서 김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니 어떻게 맛을 구현했을지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그저 매운맛이 나는 맛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맛을 봤다.

할머니가 생각났다. 시골집 땅을 파서 항아리를 묻고 김장을 하고 1달이 지나 푹 익힌 신김치였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골 할머니 집이 생각나 버렸다.

주인장은 네팔 식재료로만 만들었다고 했다. 젓갈이 분명 들어가야 나는 맛이었다. 지대가 높아 김치가 더 맛있게 익었을까.

주인장에게 부탁했다. 저녁은 라면을 먹을 테니 김치를 곁들여 달라고 했다.

흔쾌히 청을 들어줬다.

“김치 생각나서 다시 오겠다 여기는.”

기주가 말했다.

“어. 완전.”

“저녁에 락시마실까?”

“괜찮겠어?.”

“이제 살아났어. 감기 다 나았어.”


김치맛은 일품이었다. 라면과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김치를 안주로 삼아 락시를 마셨다. 식당 창밖의 뷰는 안나푸르나 남부 봉우리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산등성이로 해가 저물었다. 붉은빛이 사라지고 검은 그림자가 더 짙어질 때 우리의 얼굴은 더 붉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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