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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Nov 10. 2017

#122

연재소설

그해 가을이었다. 뒤늦은 더위에 옷차림은 짧았다. 강렬한 태양에 눈이 부셨다. 그해 가을 아침에 만났다.

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후에 알 수 있었다. 기주는 옥상에서 말했다.

“좋아해요.”

기주가 고백했다.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는 새벽까지 함께 앉아 있었고 함께 말했다.

그날 밤은 길지 않았다. 동이 틀 때까지 함께 있었다. 시간이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했다. 기주는 내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 그 날 아침 이 아이와 뭔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거리를 두어야지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이 통하지 않아도 기주와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통한다는 것, 우리가 서로 원하고 있다는 건 서로의 마음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기주는 그곳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많다고 했다.

내가 떠나기 2일 전에 그녀가 고백했다. 마음이 뛰었고 흔들거렸다. 불안했고 두려웠다. 떨리고 행복한 마음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보다 크기를 비교할 수 없었지만, 가슴 어딘가 한구석이 쓰렸다. 기주를 다시 보기까지 3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도 기주도 그곳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고 나는 10일후 떠나야했다.

10일간 함께 했던 시간, 온전히 단둘만의 시간은 부족했다. 그래서 아련했고 그리웠고 그리움은 점점 깊어져 짙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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